■밑 빠진 실손보험
CT 청구액 병원 규모따라 차이
검사 인구는 OECD의 2배 달해
“공·사보험 연계 중복수령 차단을”
CT 청구액 병원 규모따라 차이
검사 인구는 OECD의 2배 달해
“공·사보험 연계 중복수령 차단을”
금융계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급증의 원인을 일부 병의원의 과잉 진료로 보는 것은 대형 병원의 청구액은 줄거나 크게 늘지 않는데 1·2차 병원을 통한 청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차 병원인 의원과 병원의 CT 검사 실손보험금 청구액 증가율은 각각 17.3%와 12.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은 -18.8%, 종합병원은 4.9%였다. 청구액이 되레 줄거나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것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17일 “CT 같은 고가 치료에 대한 실손 청구도 병의원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구조를 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를 과도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CT 이용은 인구 1000명당 333.5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7.9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문제는 CT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5대 대형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올 1~9월 도수치료를 포함한 물리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척추 시술 등 3대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 지급액은 2조 7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3대 항목이 전체 실손보험 지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에 달했다. 특히 과잉 진료 논란의 단골로 꼽히는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등 물리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은 1조 4000억 원을 넘겼다. 수액 주사로 알려진 비급여 주사제 역시 올 들어 보험금 지급액이 24% 넘게 늘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급여 주사제의 경우 의원과 병원 등 1·2차 병원에서 각각 26.8%와 19.4%씩 보험금이 늘어난 반면 종합병원에서는 거꾸로 2% 감소했다.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피로 회복이나 미용 목적으로 비급여 주사제가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불필요한 과잉 청구가 끊이지 않으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9월 말 기준 120%를 넘어선 가운데 올해 적자 규모도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고삐 풀린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진료비 가격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비급여 항목은 별도 진료 기준이 없다 보니 의사가 마음대로 가격과 진료량을 결정하면서 환자의 의료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급여의 명칭과 코드 표준화, 가격 상한선 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공·사 보험의 연계를 강화해 허위 청구와 이중 수급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과 사적 보험 간 정보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보험금 중복 수령이나 허위 청구가 계속되고 있다. 2019~2022년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이 이중 지급된 규모는 8500억 원이 넘었다.
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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