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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기업결합신고도 변수···연내 유증 제동 걸릴수도 [시그널]

서울경제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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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기업결합신고도 변수···연내 유증 제동 걸릴수도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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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V 설립 걸림돌은
현지법, 지분 10% 이상 취득
일정액 투자·자산 기준 넘으면
신고 의무···위반시 무효 조치
심사 기간 최소 30일 걸려
연내 유증 구상 물거품 될수도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17:02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010130)이 추진 중인 미국 합작사(JV) 설립과 3자배정 유상증자가 현지 법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당장 이달 중 마무리하려던 3자배정 유상증자 역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결합신고법(HSR Act) 시행령은 기업이 다른 기업 지분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10% 이하 취득할 시에만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고려아연이 설립한 미국 합작사는 한국 고려아연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지 심사 당국의 신고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작사의 고려아연 지분 투자 규모와 미국 내 보유한 자산 규모 역시 현지 당국의 신고 기준액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합작사는 고려아연의 신주를 인수하는 데 2조 8500억 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또 고려아연의 미국 전체 자산은 약 1조 1163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 HSR 신고 기준액은 투자 규모 1억 2640만 달러 이상, 자산 규모 1억 2900만 달러 이상이다. 고려아연은 이 기준액을 각각 15배, 6배가량 초과하고 있다.

미국 기업결합 신고는 신고서 제출 후 최소 30일간의 대기 기간을 강제하고 있다. 이 기간이 종료돼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합작사 설립은 물론 주식 매수나 대금 지급 등 어떠한 실질적 이행 행위도 금지된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달 15일 이사회에서 현지 합작사 지분 취득을 결의했고 22일 현금을 납입해 절차를 끝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26일 합작사를 대상으로 10% 신주 발행 유상증자도 단행할 계획이다. 속전속결로 추진되는 일정을 고려하면 현지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주 발행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현지에서 기업결합 신고 승인이 나기 전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취득해 세력을 규합하는 행위는 사전 이행 금지 위반 행위로 간주돼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이 법을 위반하면 2025년 기준 부과되는 과태료가 1일에 약 5만 3088달러(약 7300만 원)에 달하며 거래 무효화 조치까지 내려질 수 있다.


특히 해당 합작사에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내부통제 기준이 엄격한 현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면 이들이 법을 정면으로 위반해가며 지분 확보를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에 반독점법 위반은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치명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법 사정과 한국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이 당장 마무리하려던 유증 계획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작사에 지분 10%를 주고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000670)·MBK파트너스에 맞서려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계획 또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내에서도 해당 합작사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가 안 된 상황”이라며 “12월 30일 주주명부 폐쇄 전까지 미국 당국의 최종 승인을 득하고 10% 이상의 지분을 실제 매수하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산 규모와 거래 대금이 신고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상황에서 기업결합 승인 없이 지분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역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안을 추진한 고려아연의 이사회에도 책임이 불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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