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대비 여전히 부족
아빠 육아휴직 대부분은 대기업·공공기관 종사자
아빠 육아휴직 대부분은 대기업·공공기관 종사자
지난달 26일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태어난 아기의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육아휴직자 전체 숫자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10명 중 3명은 아빠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 효과로 남성 육아휴직이 늘고 있지만, ‘아빠 육아휴직’의 대부분은 대기업·공공기관이며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2024년 육아휴직 통계 결과(잠정)’를 보면, 지난해 아기가 태어난 부모의 같은 해 육아휴직 사용률은 34.7%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7%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생아’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0.2%로 처음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지난해 아이가 태어난 남성 직장인 10명 중 1명은 아이가 첫돌이 되기 전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셈이다. 이는 1년 전보다 2.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신생아를 둔 아빠의 같은 해 육아휴직 사용률은 2015년 0.6%에 불과했지만, 9년 만에 약 17배로 늘었다. 2019년 첫 3%대에 진입한 이후 2021년 4.3%, 2022년 7.1%, 2023년 7.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아빠 비중도 29.2%를 기록해 전년보다 3.5%포인트 늘었다. 육아휴직자 10명 중 7명은 엄마, 3명은 아빠인 셈이다. 육아휴직은 임신 중이거나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가능하다.
정부는 ‘아빠 육아휴직 증가’ 배경으로 지난해 도입된 ‘6+6 부모 육아휴직제’를 꼽았다. 생후 18개월 이내 아기를 돌보는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쓰면 부모 모두에게 첫 6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지원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고, 대상 자녀 연령도 생후 12개월 이내에서 18개월 이내로 확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수 자체도 늘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는 20만6226명으로 1년 전보다 4%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임신 중이거나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대상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한 인원으로, 2023년 육아휴직을 시작해 2024년까지 이어진 경우는 제외됐다.
다만 육아휴직 사용은 공무원과 대기업에 집중됐다. 산업별로 보면 공무원 직군(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에서 아빠와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각각 16.1%, 81.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아빠의 67.9%, 엄마의 57.7%가 300인 이상 기업 소속이었다.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비해 민간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구조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육아휴직 사용 시기는 엄마와 아빠에 차이가 있었다. 엄마는 주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아빠는 유치원 시기에 육아휴직을 많이 썼다. 2015년에 출산해 지난해까지 한 자녀만 둔 부모를 살펴보면 엄마는 아이가 0세(83.8%) 때, 아빠는 6세(18%) 때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의 아빠 육아휴직 비중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출생아 100명당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1.9명으로 통계를 비교할 수 있는 14개 회원국 중 꼴찌에서 4번째였다. 스웨덴(387.3명), 노르웨이(116.9명), 독일(66.7명), 일본(26.3명), 이탈리아(25.4명) 등보다 적다.
다만 OECD 통계는 집계 방식 차이로 출생아 100명당 남·여 육아휴직자 수가 100을 넘는 경우가 발생한다. 당해연도 출생아의 부모로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만 1세 이상 영유아·어린이 자녀를 둔 모든 육아휴직자 수를 집계했기 때문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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