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높은 내연車 허용에
한숨 돌린 유럽 자동차 생산 업계
"中과 기술 격차 늘어날 것" 우려도
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퇴출'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내연기관차 생산이 가능해지며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로부터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이번 조치를 두고 유럽 내 전기차 수요를 떨어뜨려 중국과 유럽 간 전기차 기술 격차를 더 넓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EU 집행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35년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승용차 및 밴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당초 '제로(0)'에서 '2021년 대비 10%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2035년에 전면 금지가 예정됐던 유럽 자동차 업계의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의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친환경 정책에 힘을 쏟던 EU의 입장이 완화된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가 꼽힌다. 유럽산 전기차의 높은 가격 탓에,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전기차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9월 서유럽 시장의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 완전히 장악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숨 돌린 유럽 자동차 생산 업계
"中과 기술 격차 늘어날 것" 우려도
2023년 3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한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줄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퇴출'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내연기관차 생산이 가능해지며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로부터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이번 조치를 두고 유럽 내 전기차 수요를 떨어뜨려 중국과 유럽 간 전기차 기술 격차를 더 넓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상 내연기관차 생산 허용
EU 집행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35년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승용차 및 밴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당초 '제로(0)'에서 '2021년 대비 10%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2035년에 전면 금지가 예정됐던 유럽 자동차 업계의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의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친환경 정책에 힘을 쏟던 EU의 입장이 완화된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가 꼽힌다. 유럽산 전기차의 높은 가격 탓에,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전기차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9월 서유럽 시장의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 완전히 장악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전기차 도입이 EU의 예상보다 크게 느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자동차제조업체연합회(ACEA)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유럽의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 점유율은 16.4%에 불과하다.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당시 2020년대 말까지 최소 3,000만 대의 BEV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마련했지만, 지난해 말 EU 내 BEV 보급 대수는 590만 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자동차업계는 EU의 배출량 감축 목표를 준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율 조정을 요구해왔다.
"친환경 목표 후퇴 아냐" 해명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번 계획 변경이 '친환경 목표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자동차 업계에 유럽산 친환경 강재 사용이나 바이오 연료 도입을 통해 10%의 추가 탄소 배출을 상쇄하도록 강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EU는 이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소형 경제형 전기차' 생산을 유도해 전기차 보급률을 높인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날 발표 이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기술에 대한 큰 개방성과 유연성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이번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은 긍정적"이라고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나 스페인, 북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럽 녹색당은 이날 결정이 유럽의 배출량 감축 목표 법안을 "무력화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유럽 업체들에 주어진 '유예'가 오히려 중국과의 전기차 기술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U 내 자동차 업체가 수익성 높은 내연기관차 생산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산업 경쟁력을 오히려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틴 카이저 그린피스 독일 사무총장은 EU의 정책 전환으로 "저렴한 전기차 공급마저 늦어질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에 주어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