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전자신문 언론사 이미지

“부양 않는 자식 탓에 의료급여 탈락”…26년 만에 부양비 폐지 '손질'

전자신문
원문보기

“부양 않는 자식 탓에 의료급여 탈락”…26년 만에 부양비 폐지 '손질'

서울맑음 / -1.0 °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씨는 아들에게 용돈을 부탁하고 싶지만 사업 실패 과정에서 불화가 생겨 서로 연락을 끊고 지내왔다. A씨는 최근 의료급여를 신청했지만 부양의무자에 해당하는 아들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이처럼 실제로는 가족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급여에 탈락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소득이 낮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만 66만명(46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2026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2026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내년 1월 26년 만에 의료급여 부양비를 폐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의료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거의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선 신청자 본인 소득, 재산뿐 아니라 함께 살지 않는 가족을 포함한 부양의무자 소득, 재산까지 함께 산정한다. 이런 문제로 기준 중위소득을 충족함에도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발생해 왔다.

원인은 교육·주거·생계급여와 달리 의료급여만 유일하게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의료급여는 생계급여보다 소득기준이 높지만 수급권자 수는 26만명 가량 적은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 간주 부양비를 소득 산정에 적용한 것이 문제다. 간주 부양비는 부양의무자가 소득 중 일부를 수급자에게 생활비로 지원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부양비를 부양의무자 소득의 10%로 산정해 수급자 소득에 반영한다. 수급자가 실제로 부양비를 지원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이 이뤄졌다고 간주해 불합리한 수급 탈락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와 함께 부양의무자 기준을 간소화할 방침이다.

우선 내년 1월부터 간주 부양비를 전면 폐지한다. 부양능력 미약구간을 사실상 부양능력이 없음으로 전환, 실제로 부양받지 않은 가족의 소득을 수급권자 소득에 반영하지 않는다.

부양의무자 가구의 부양능력 판정 변화

부양의무자 가구의 부양능력 판정 변화


가령 혼자 사는 B씨의 경우 실제 소득 93만원이지만 연락을 끊고 사는 아들 부부 소득 기준의 10%인 10만원을 어르신 소득으로 간주할 경우 총 소득인정액은 103만원으로 1인 가구 선정기준(102만5000원)을 넘는다. 하지만 부양비가 폐지될 경우 아들 부부 소득을 간주하지 않고 93만원만 인정해 수급자 선정이 가능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제도개선으로 약 5000명이 새롭게 수급자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소요 재정은 204억원 가량이다.

이와 함께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간소화와 단계적 완화도 추진한다. 복잡한 부양의무자 소득·재산 기준을 생계급여와 같이 간소화해 수급자 제도 이해를 높이고 서류 제출 부담을 완화한다. 고소득·고재산 보유 부양의무자만 기준 적용하도록 단계적으로 완화해 취약계층 의료보장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