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유튜브에 올라온 탈모치료 급여화 공약 내용./사진=유튜브 캡처 |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제약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자 저변 확대와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반면, 정부 약가 인하 기조와는 모순된 정책 방향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17일 보건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업무보고에서 "옛날에는 (탈모를) 미용으로 봤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라며 복지부에 탈모약 건보 적용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젊은 사람이 보험료만 내고 혜택 못 받아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비용이 얼마인지, 무한대로 하는 게 재정 부담이 된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 등을 검토해달라. 건강보험 급여 지정하면 약가가 내려가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업무보고가 끝난 후 열린 브리핑에서 "탈모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고있다"라면서 "급여 적용 기준과 타당성, 재정에 미치는 영향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탈모약 건보 적용은 이 대통령이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할 때 공약사항이었다. 당시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란 캐치프레이즈의 홍보 동영상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젊은 표심'을 공략했다. 다만 당시에도 1000억원의 건보재정 추가 투입으로 인한 재정 악화 우려가 일었고, 이번 대선에서도 공약으로 검토됐으나 끝내 폐기됐다.
3년 만에 또다시 '탈모약 급여 적용' 지시가 나오며 탈모약을 생산, 개발하는 업체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실제 전날 이 대통령 발언 이후 탈모약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현대약품, JW신약을 비롯해 탈모 치료 주사제를 개발하는 위더스제약, 인벤티지랩 등 관련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들썩였다. 심지어 탈모약과 경쟁하는 탈모샴푸 개발사 TS트릴리온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보 적용이 현실화할 경우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시장의 양적 성장과 함께 치료 순응도, 장기 처방 안정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 내다봤다.
약가제도 개편안/그래픽=김현정 |
반면, 최근 정부가 약가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한마디에 '비급여의 급여화'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복지부는 일부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원조약(오리지널) 대비 기존 53.55%에서 40%대로 약 20% 인하하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쪽으로는 재정 건전성 강화 정책을 펼치면서 다른 쪽으로 제네릭이 많은 탈모약의 급여화를 추진하는 건 모순적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보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하면서 필수 의약품과 국산 원료 의약품조차 공급난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미용 영역에 가까운 탈모약 건보 적용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적이며 건강보험 급여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탈모 치료에 대한 급여 확대 검토와 함께 경증질환 및 과보상 된 수가의 조정 등 건보 재정 절감 방안도 함께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전체 재정 규모나 급여화까지 소요 시간 등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급여화는 의료적 필요성, 비용효과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탈모 치료에 대한 급여 확대도 같은 절차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라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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