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고소 이어 국민연금 GP 교체 강수 두자
IB 일각 "추가 가격 협상, 인수자 선정은 자유"
이지스 경영진에 분노 쌓였던 국민연금
"M&A 자체에 불만 컸다"가 업계 중론
일각선 국민연금 행태 도 넘었다 비판에
매각측 능력부족이 딜 부결 원인 평가도
IB 일각 "추가 가격 협상, 인수자 선정은 자유"
이지스 경영진에 분노 쌓였던 국민연금
"M&A 자체에 불만 컸다"가 업계 중론
일각선 국민연금 행태 도 넘었다 비판에
매각측 능력부족이 딜 부결 원인 평가도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07:38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성사 여부가 점차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매각 측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딜을 양쪽에서 흔들고 있는 흥국생명과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민간 회사 경영권 인수합병(M&A) 거래에 대한 자유는 전적으로 매각 측에게 있는데, 이런 구조적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두 전문 기관이 직접 나서서 판을 깨는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매각 측이 한국 재계와 자본시장 특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딜을 진행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래를 완성시키는 것이 매각 측의 능력인데 이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생했기 때문에 딜 클로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국민 여론의 흐름을 읽지 못한채 법적 잣대만을 고려해가며 입찰을 진행했던 것이 결국 이 사달을 만든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각 측은 이번 M&A 거래에서 흥국생명을 비롯한 인수 후보자 측에 소위 ‘프로그레시브 딜’로 통칭되는 협상 방식에 대해 모두 사전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흥국생명은 주관사인 모건스탠리 측이 자신들에게는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설명해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적어냈으나, 이후 약속을 깨고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면서 이들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인수 후보자들의 경쟁을 부추겨 매각가를 조금씩 높여가는 방식으로 협상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성사 여부가 점차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매각 측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딜을 양쪽에서 흔들고 있는 흥국생명과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민간 회사 경영권 인수합병(M&A) 거래에 대한 자유는 전적으로 매각 측에게 있는데, 이런 구조적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두 전문 기관이 직접 나서서 판을 깨는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매각 측이 한국 재계와 자본시장 특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딜을 진행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래를 완성시키는 것이 매각 측의 능력인데 이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생했기 때문에 딜 클로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국민 여론의 흐름을 읽지 못한채 법적 잣대만을 고려해가며 입찰을 진행했던 것이 결국 이 사달을 만든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간 M&A에서 프로그레시브 딜은 자유" vs "약속 위반"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군에게 나가는 통상적인 M&A 절차 안내서(프로세스 레터)에는 거래 진행 방식, 매도인의 재량, 추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 등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매도인은 매각 절차와 구조, 일정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입찰이 마감된 상태에서도 인수 후보군들과 추가 협상을 하는 것은 자유이며 이를 통해 더 좋은 가격을 받아내는 방식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M&A 거래가 통상 인수자 측의 딜 종결 가능성 여부, 평판 등을 고려한다는 점도 매각 측이 힐하우스를 우협으로 선정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지스운용 임직원들이 글로벌 사모펀드인 힐하우스로의 매각을 가장 원한데다, 힐하우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대금 납입이 빠르게 완료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의 평판과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낮은 리스크를 가진 쪽을 인수 후보로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가격도 중요한 고려 요소지만 거래 자체를 교란할 수 있는 후보자는 M&A에서 배제시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키워준 국민연금에 통보도 없이"··· 이지스에 칼 빼든 배경은?
이지스운용에 칼을 빼든 국민연금의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지스가 이번 매각 진행 과정에서 펀드의 수익자 정보 등을 노출했다며 강하게 반발, 운용사(GP) 지위 교체 등 전례 없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연금 부동산 운용실이 이전부터 이지스운용 경영진에 불편한 감정을 쌓아뒀던 게 이번 M&A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추측한다. 국민연금은 현재의 이지스운용을 키워낸 장본인으로서 그간 이지스운용이 진행하는 굵직한 딜 마다 최대 출자자로 나서 거래 성공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조갑주 이지스운용 단장이 가족법인을 만들어 이지스가 진행하는 대규모 개발사업 지분을 사전 취득한 게 2년여전 적발된 적이 있다”며 “그 대규모 개발사업은 국민연금이 준공 후 매입을 약정한 지금의 마곡 원그로브 빌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민연금이 이 사실을 알고 대노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지스운용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사실, 또 최근 힐하우스가 인수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사실이 모두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것도 국민연금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키워준 국민연금에는 M&A에 대한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이지스 펀드의 부실이 쌓이는 상황에서 대주주와 경영진들은 큰 돈을 벌고 빠지겠다는 데 대해 국민연금은 분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런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용사 M&A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주요 펀드에 대한 정보는 인수자 측에 일부 제공될 수 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이 이번에 상당히 이례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판을 제대로 엎겠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희의 쓰리포인트를 구독해주세요! 3점슛 같은 짜릿한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