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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스님, ‘천년고도 경주, 세계를 품다’ (희망꽃)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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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스님, ‘천년고도 경주, 세계를 품다’ (희망꽃)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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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몸이 느끼고, 마음을 쉬게 해주는 땅"
“경주는 몸이 느끼고, 마음을 쉬게 해주는 땅이지요. 한결같은 어머니 같고, 꺼지지 않는 아궁이 같은 공간이고요. 부처님의 뜻이 펼쳐진 공간이 시간을 넘어 이어지고 있는 곳이지요.”

‘천년고도 경주, 세계를 품다’(희망꽃)을 지난달 내놓은 서울 남산 월명사의 주지 월명스님(사진)은 1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주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월명스님은 불교의 흔적과 정신이 담긴 지역을 찾아 책들을 내놓았는데, 이 책도 그런 뜻이 담긴 채 출간됐다.

집필을 위해 지난 1년간 경주를 100번 넘게 방문했다는 월명스님은 경주를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리는 치유의 땅"이자 "한국의 어머니 같은 땅"으로 표현한다.

이 책에는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대왕암과 같은 불교 유산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신라의 혼', 형산강, 토함산 등에 녹아있는 '자연의 혼', 에밀레종, 첨성대 등에 담긴 '문화의 혼'이 사진과 함께 수록됐다.

월명스님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통해 경주가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하는 시점에 전 세계 방문객들에게 경주의 뿌리와 정신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책은 제주도, 대구, 충남에 이어 월명스님이 각 지역에서 대대로 내려온 정신을 탐구한 '혼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스님은 모든 지역의 혼 시리즈 집필이 완료되면, 우리 땅의 정신을 보존할 문화역사도서관을 건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스님의 발언은 경주와 포항 등을 오래 취재해 왔던 기자의 정수리와 가슴에 그대로 박혔다.


‘잘 아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깊고 넓은 의미가 튀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유적지로 살펴봐야 하는 의미도 있지만, 마음이 풀리는 땅으로 바라보는 스님은 경주를 아예 늘 그 자리에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어머니 같은 도시라고 이야기했다.

스님은 숱하게 경주를 찾은 시간의 겹 위에서 그런 시선을 책에 담았다.


월명스님의 신간 ‘천년고도 경주, 세계를 품다’ 표지. 월명스님 제공

월명스님의 신간 ‘천년고도 경주, 세계를 품다’ 표지. 월명스님 제공

같은 공간과 길을 반복해서 걸으며 경주의 오래된 마음을 읽어냈다.

스님은 “경주는 역사책에 박제된 공간도 아니고, 화려한 명소로 외부인을 끌어당기는 곳이 아니다”고 했다. 오히려 경주는 오래 머물 때 비로소 느껴지는 공기와 침묵에 가깝다고 했다.

스님은 경주를 불교문화, 자연, 그리고 사람이라는 매개로 풀어냈다.

불국사 등을 통한 불교문화는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자연은 사람의 호흡을 조율해 온 축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뇌하며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다.

그래서일까. 스님은 말한다. “경주는 오래 견뎌온 이들의 도시이고, 그래서 지켜온 도시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스님의 신간은 지난 10월말 경주에서 개최된 에이펙 정상회의 이후 시선을 받은 경주의 현재와도 연결된다.

스님은 글로벌 도시 경주의 이미지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제안을 했다.

스님은 “세계의 많은 분들이 경주를 찾을수록, 경주는 경주다우면 좋지요. 이 도시가 지켜온 정신을 보여주면 아궁이 같은 경주는 더 따뜻해 질 것입니다.”

경주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묵직한 메시지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경주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도 책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경주를 읽는 일은 삶의 결을 다시 만지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있어 이번 신간은 경주에 관한 책으로서만 아니라, 삶의 속도와 방향을 되돌아보게 했다.

경주=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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