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현지시각)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본사의 모습. AFP 연합뉴스 |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휘발유와 디젤차량 판매를 금지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10년 뒤 배출가스 감축 목표치를 100%에서 90%로 낮춰, 이들 차량도 일부 판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와 에이피(AP)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6일(현지시각) 2035년까지 배출가스 감축 목표치를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집행위는 “이번 개정안은 일부 내연차만이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계속 판매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다만 차량 제조사들이 저탄소연료나 재생연료, 친환경 제철 공정으로 생성된 유럽산 ‘그린스틸’을 사용해서 추가 배출분을 상쇄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집행위는 또한 자동차에 대한 2030년 배출 가스 감축 목표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3년 평균치를 인정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다인승 밴의 경우 기존 배출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50%에서 40%로 완화하기도 했다.
이번 집행위원회의 수정안은 유럽의회, 유럽연합 이사회, 집행위가 참여하는 삼자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기존의 친환경 차량 확대 계획을 폐기하는 등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을 후퇴시키는 흐름 가운데 나왔다. 특히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로 유럽연합은 자국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었다. 이에 내연기관차 생산업체와 일부 유럽국가들은 계획 완화를 요구하며 유럽연합을 압박해왔다. 이달 초 이탈리아, 폴란드 등 6개국 총리들은 2035년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차량을 허용해달라고 집행위에 요구하기도 했다.
집행위는 지난해 모빌리티 전략에서 2030년까지 최소 3천만대의 무배출 차량을 운행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럽 내 전기차는 약 590만대에 불과했다. 국가별로도 보급률 차이가 커, 네덜란드에선 올해 신차 판매 중 순수 전기차 비율이 35%에 달했으나 스페인에선 8%에 그쳤다.
16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환경 의회 회의에서 덴마크 환경장관 마그누스 휴니케(왼쪽)과 사라 아헤센 스페인 친환경전환·인구변화대응부장관(오른쪽 두번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완성차 업계와 독일·이탈리아 정부 등이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가운데 환경단체와 친환경차량 업계에선 오히려 경쟁력을 손상시키는 것이란 반발이 나왔다.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이번 발표를 두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베엠베(BMW)는 “유럽연합의 금지 정책 철회는 긍정적이지만, 예정된 이산화탄소 규제와 엄격한 전기차 의무 비율로 인해 피상적 해결책에 그칠 위험이 있다”라며 더 많은 완화를 요구했다.
반면, 크리스 헤런 이모빌리티유럽 사무총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확장성 없는 바이오연료에 다시 문을 여는 것은 유럽을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게 할 것이다. 교통의 미래는 전기다”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은 “이번 완화안은 제조사와 소비자에게 혼란스러운 신호를 줄 것”이라며 “유럽 제조사들이 중국 전기차 업체와 경쟁에서 간극을 좁혀야 하는 시점에서 이번 조처는 투자를 오히려 분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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