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스포츠월드 언론사 이미지

[JS의 Football journey] 외면 받는 여자축구, 그리고 나아갈 길

스포츠월드
원문보기

[JS의 Football journey] 외면 받는 여자축구, 그리고 나아갈 길

속보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美국방수권법안 상원 통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5년 WK리그는 ‘화천 천하’로 막을 내렸다. 트레블(WK리그, 선수권, 전국체전 제패) 위업을 달성했다. WK리그 출범이후 10년 넘게 최강자로 군림했던 인천현대제철조차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특히 강선미 화천KSPO 감독은 사령탑 커리어의 화려한 서막을 열었다. 오랜 코치 생활을 마치고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디며 감독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2025년은 여자축구의 특정 팀의 성공뿐 아니라 여자축구 전체가 격동의 변화를 맞이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자축구의 대부였던 고(故) 오규상 회장의 별세하면서 여자축구의 수장이 바뀌었고, 새롭게 개편된 연맹은 젊은 인재와 전문가들을 유입시키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축구를 시작하기 위한 시작점 = 합숙

여자축구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무엇일까. 유소녀들이 축구를 시작하고 싶어도 전문 선수로 축구를 시작할 수 있는 팀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나마 초등부는 남녀 구분 없이 리그에 참가가 가능하지만, 중학교 진학 과정에서 전문 선수로 축구를 활동하기 위해선 부모님과 선수 모두 전학, 합숙과 같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전문 축구를 시작하는 장벽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구단은 ‘권고’ 또는 ‘자발적’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상 단체 합숙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합숙이 유지되는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 및 몸 관리 문제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반영한다. ▲ 선수 개인의 생활 자율성 부족 ▲ 구단의 관리 인력, 지원 인프라 부족 ▲ 지도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생활 관리 영역 업무 등이다.

필자가 6년 가까이 수석코치로 지내면서 느낀 부분은 이렇게 제한된 생활을 하다 보면 선수 개개인의 의사결정과 삶을 주도적으로 계획해 나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선수 이전에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또는 ‘가정의 일원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합숙의 지속은 선수들의 프로페셔널 마인드 부족이 아닌 시스템 부재 때문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 소통

새로운 연맹 집행부가 많은 긍정적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의견을 발표했다. (WK리그 주말 경기 및 유료화 시행 / WK리그 챔피언 결정전 폐지 / U-23세 제도 도입 등) 필자가 WK리그를 경험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이기에 이에 대한 시작이 반갑게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봉 상한선의 변화가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움직임 속에서도 아쉬움은 존재한다. 선수들은 원했지만, 구단이 처해있는 어려움(재정적), 지도자들의 의견 등이 반영되고 검토된 후 발표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한 지도자는 연봉 상한선 발표 후 “이러면 저희는 경기에 나가는 선수를 다 뺏길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일본 WE리그(일본여자프로리그) 프로세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WE리그는 [문제 발굴 → 실무 검토 → 이사회 승인 → JFA 협의 → 클럽 의견수렴]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합의형 프로세스 위에서 진행된다. 선수·클럽·협회가 단계별로 참여하는 구조 덕분에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하며 현장의 변화가 실제 제도로 반영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여자축구도 선수협의회-지도자-클럽-연맹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사전협의-시행-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여자축구가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육성선수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지만 현행 K3와 같이 최소 계약 선수(20명) + 육성선수 같은 제도가 생기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다. 남자축구는 프로-세미프로(K1~K4)뿐만 아니라, 독립구단(아브닐, TNT FC 등)이 있어 팀을 못 찾을 경우 재도전 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WK에 입성하지 못한 선수는 바로 은퇴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육성선수 제도(연봉 아닌 수당제)는 선수층이 얇은 여자축구에서 잠재성 있는 인재가 축구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육성선수를 지역 기업 or 축구클럽과 연계하여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선수의 꿈을 놓치지 않고 경제적인 부분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기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여자축구에도 봄이 오고 꽃이 피기를

한국축구가 FIFA 주관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2010년 17세 여자 월드컵 우승이 유일하다. 아직도 FIFA 주관 대회 유일한 우승의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이 우승 이후 여자축구는 봄날을 맞이할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실업리그 연봉은 10년 넘게 동결되었고(2024년 기준), 여자축구 등록 선수(1597명)는 남자축구선수(32571명)의 4.88% 밖에 되지 않는다. 남자축구 등록선수의 5% 채 되지 않고, 일본, 중국 등 주변 아시아 국가들로 시선을 확장하면 여자축구 인구뿐 아니라 팀 역시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축구는 아직도 ‘블루오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여자축구로 가기 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말을 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축구적인 내용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염려가 있었지만, ‘조심’보다는 ‘진심’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축구 안에서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은 언제나 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가 경험한 선수들은 축구에 대한 배움과 성장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이들은 성장과 경험을 원했고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도전했고, 당장의 편리와 금전적인 보상보다 더 큰 가치를 찾아 떠났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이 선수들을 잘 성장시켜줄 좋은 리더들(지도자, 행정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자축구에서 모범이 될 수 있고 표본이 되는 “좋은 어른”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방향성이 제시되고, 좋은 모델이 있다면 아직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시간이 남았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이 있다. 여자축구에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꽃이 피어서 빛이 나길 바란다. 그래서 여자축구를 위해 헌신한 많은 축구인들의 노력의 가치가 인정받는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

사진=한수원 축구단 제공

사진=한수원 축구단 제공


글=이주섭 코치, 정리=이혜진 기자

이주섭 코치는...

△경주한수원WFC 수석코치(2020~2025) △서울 경신고등학교 수석코치 (2018~2019) △풋살 국가대표 선수(2013~2014) △KFA 지도자 강사 등 지도자로 초,중,고 및 여자 카테고리를 경험하면서 활발한 지도 및 강사 활동을 하고 있다.

#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