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위기대응 담당 직위 격상
신한, 재무통 CEO로 교체결단
외형 확대보다 건전성에 '방점'
연말인사를 통해 보험사들의 경영기조 변화가 뚜렷해졌다.자산운용 성과와 리스크 관리가 실적과 건전성을 좌우하는 핵심변수로 떠오르면서 자금운용·리스크·재무분야 인력을 전면에 배치하는 흐름이 확산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5일 리스크관리담당 직위를 기존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했다. 교보생명의 리스크관리담당은 보험·시장·신용·운영리스크를 통합관리하고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산출과 모니터링을 통해 자본 적정성과 위기대응 체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새 회계·자본규제 환경에서 자산운용과 리스크관리는 분리된 기능이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한다. 금리변동에 따른 보험부채 평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말인사에서도 전통적으로 비중이 큰 영업·마케팅 못지않게 운용·리스크·재무라인의 존재감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이같은 변화는 CEO(최고경영자) 인사에서도 감지된다. 신한라이프는 이영종 대표가 외형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교체했다. 새 대표이사로 내정된 천상영 후보는 지주사에서 경영관리업무를 장기간 담당했고 재무·회계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원인사에서도 자금운용과 리스크관리부문의 위상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자산운용 전문가를 핵심임원으로 전진배치했다. NH농협생명은 투자운용·운용기획·투자전략 등 자산운용 핵심부서를 두루 거친 이완진 부사장을 선임했고 NH농협손해보험에선 자산유동화와 여신투자·자산운용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서현성 부사장이 승진했다.
메리츠화재의 인사는 이러한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메리츠화재는 증권사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지낸 유승화 자산운용실장을 부사장으로 보직선임했고 오종원 리스크관리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훈표 부동산운용실장도 전무로 승진시키며 자산운용·리스크관리·대체투자라인을 동시에 강화했다. 공격적인 운용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리스크 통제를 병행하겠다는 전략이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인사를 두고 보험사들이 영업확대나 단기수익보다 장기운용전략과 자본관리능력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운용성과가 건전성과 직결된다"며 "연말인사는 각 보험사가 내년에 어떤 방식으로 자본과 리스크를 관리할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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