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복지부 업무보고
"연명치료 안한다 하면 의료비 절감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이런 얘기해"
전문가 "무언의 연명중단 강요 우려"
"연명치료 안한다 하면 의료비 절감
내가 아니라 누군가가 이런 얘기해"
전문가 "무언의 연명중단 강요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명치료(연명의료) 중단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밝혔다. 국내 65세 이상 사망자 중 67%가 연명의료 끝에 숨지는 상황에서 존엄사를 권장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발언이지만,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중단의 취지에 안 맞고 생명윤리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걸(연명치료 중단을) 좀 권장해야 하는데, 일부 얘기에 의하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는 말"이라고 전제하며 "연명치료를 안 하겠다고 하면 그 비용이 엄청 절감되는데, 거기에 혜택을 주는 방법 중 하나가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 이야기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치료비가 많이 준다, 지출이. 거기에 대해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고민하나"라고 좌중을 향해 물었다.
이 대통령은 "(연명치료 중단으로 비용이) 절감되는 게 어느 정도 확인되면 보험료(진료비를 지칭하는 듯)를 깎아주거나 이런 정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라고도 물었다. 이에 홍창권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걸(연명치료 중단을) 좀 권장해야 하는데, 일부 얘기에 의하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는 말"이라고 전제하며 "연명치료를 안 하겠다고 하면 그 비용이 엄청 절감되는데, 거기에 혜택을 주는 방법 중 하나가 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 이야기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치료비가 많이 준다, 지출이. 거기에 대해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고민하나"라고 좌중을 향해 물었다.
이 대통령은 "(연명치료 중단으로 비용이) 절감되는 게 어느 정도 확인되면 보험료(진료비를 지칭하는 듯)를 깎아주거나 이런 정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라고도 물었다. 이에 홍창권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와 관련, 이윤성 서울대 명예교수(법의학)는 "연명의료 중단에 보상하면 자칫 돈을 절약하기 위해 중단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무언의 연명 중단 강요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2018년 제도를 도입할 때 경제적 부분은 거론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센터장은 "연명의료는 생명권을 다루는 것인데 중단한다고 진료비를 깎아주는 건 제도 취지와 안 맞는다"며 "다른 나라에도 그리하는 데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난색을 표했다. 정 장관은 "연명의료는 존엄한 죽음을 맞는 것이 주목적이다 보니 의료비 인센티브로 하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도덕적 논란이 벌어진다"고 언급해,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하여튼 생명윤리가 없는 사람이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논쟁이 있기는 하다. 또 현실적인 문제는 완전히 무시할 수 없으니까 고민해 달라"고 했다.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 등의 7가지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거나 시작하지 않는 걸 말한다. 2018년 도입 후 48만 명이 중단(유보)하고 숨졌다. 지난해 7만 명이 그리했다. 연명의료 거부 서약서 작성자는 318만 명에 달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며 건보 적용 가능성을 물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의학적 이유로 생기는 원형 탈모 등은 (건보) 지원하지만, 유전적 요인으로 생기는 탈모는 의학적 치료와 연관성이 떨어져 건보 급여 적용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기준 건보 적용 환자가 23만여 명(진료비 387억원)이고, 이 중 원형탈모증이 73%였다. 남성형 탈모(안드로겐 탈모) 등의 일반 탈모 치료에는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다.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정 14∼16만원(3개월), 모발이식 약 2000모당 300∼500만원 수준이다.
이 대통령은 “(탈모가) 옛날에는 미용 문제라고 봤는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무한대 보장이 너무 재정적 부담이 크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을 하는 등 검토는 해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런 주문의 배경에 젊은층의 불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보험료는 내는데 혜택이 없다, 절실한데 왜 안 해주냐’는 청년 소외감이 너무 커져서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에 대한 건보 적용 검토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때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보 적용을 약속했다. 당시 “이재명은 뽑는게 아니라 심는겁니다”라는 문구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가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이재명'에 공개한 유튜브 쇼츠. 유튜브 캡처 |
미용의 영역인 탈모 치료에 대한 건보 적용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감기 같은 경증 진료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재정을 줄여야 한다”고 언급하며 흉부외과ㆍ신경외과 등의 의사를 지원하고, 중병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 사망하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탈모 건보 적용은 이런 정책 방향과 정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지역ㆍ필수ㆍ공공의료를 강화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방향과 정반대”라며 “더 중요하고 시급한 핵심 과제들이 묻힐까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아주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탈모나 비만 급여화를 한다면 미용 목적의 이용이 늘어 재정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비만은 소아·청소년 등으로 급여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단체에서 건보 관련 정책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질병이라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질환이 많은데 탈모나 비만의 보험 급여화는 부작용이 엄청 클 것”이라며 “이전 대선 공약을 꺼내든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는 건 젊은 층의 취업 시 자신감에 대한 부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탈모 치료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 자리서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해달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청에 “(대통령)비서실이 챙겨서 해결해달라”고 지시했다. 특사경은 전문 분야 범죄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공무원 등에 수사권을 주는 제도다. 건보공단이 불법 개설 의료기관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 평균 11개월에 달하는 경찰 수사 기간을 약 3개월로 줄이고, 피의자들이 재산을 빼돌리기 전에 신속하게 동결하고 건보 재정을 환수할 수 있다고 건보공단은 설명한다. 이 대통령은 “40명~50명 필요하다고 하니, (대통령)비서실에서 챙겨서 해결해 주도록 해달라”라고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주문했다. 이어 정기석 이사장을 향해 “확실하게 많이 잡아달라. 했는데도 안 잡힌다 이러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ㆍ이에스더ㆍ채혜선ㆍ남수현 기자 sssh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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