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일과 그즈음 기간에 내란퇴치 1주년 기념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열렸다.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재수 없는 내란수괴의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부터 파면까지 길고도 추웠던 4개월은 ‘젊은 사람들이 예쁜 응원봉을 들고 나와 K팝 음악에 맞춰 거리를 빛으로 물들이며 독재를 타도했다’는 납작한 서사로 빨리도 요약된 듯하다.
세종호텔지부 해고자 동지들이 아직 거리에 있고, 고진수 지부장이 고공농성 300일을 맞이했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해고자들은 아직도 고용승계를 위해 싸우고 있고, 그 와중에 KBS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 다큐멘터리 <불탄 옥상> 2부 방영을 취소했고, A학교 성폭력사건 공익제보자 지혜복 교사는 700일째 거리에서 복직투쟁을 하는 중이고, 10월28일에는 베트남에서 온 25세의 뚜안님이 강제단속에 쫓겨 추락사했고, 49재가 지났건만 정확히 어떻게 왜 추락사에 이르렀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태안화력에서는 7년 전 김용균님의 죽음에 이어 김충현님이 똑같이 비정규직으로 똑같이 위험한 업무를 혼자 해내다가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광주 도서관 공사현장 붕괴참사와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참사 피해자는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아리셀 화재참사에서 원청의 책임을 묻는 항소심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이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그날의 진실을 알려줄 목격자 증언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으며, 지난해 12월29일에 일어난 제주항공 2216편 참사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최근 투쟁만 이 정도다.
세월호 유가족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서울시의회 앞 기억공간을 지키고 생명안전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울시의회라니 말인데 날치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청소년 인권활동가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농성 중이고 구청 공무원들과 경찰이 농성장을 침탈했다. 인권과 침탈이라니 말인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두 명이 지하철 시위를 했다고 ‘전차방해죄’와 업무방해죄로 기소당했다. 헌법에 명시된 시민의 집회시위 권리보다 전차가 다닐 권리가 우선이라니 이것이 바로 현대사회 인간소외의 교과서적인 예시라 아니할 수 없다. 현대라니 말인데 어느 기업은 하청인 이수기업 해고자들에게 구사대를 보내 폭력을 행사하고 관련된 어느 자동차회사는 하청인 청소노동자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가 노조 조끼를 입고 몸자보를 달고 어느 으리으리하신 빽화점(오타지만 훌륭하니까 그냥 두기로 한다) 푸드코트에서 밥 좀 먹었다고 보안요원이 ‘고객이 불편’하니 노조 조끼를 벗으라고 종용했다. 누군지 모를 그 고객은 정규직일까? 그 고객은 노조 조끼가 없는 모양이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이 기회에 그 고객도 노조에 가입하시면 좋겠다. 노조의 멋짐을 모르는 그대가 안타깝다. 다시 말하지만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노동자가 싸울 상대는 다른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을 경멸하고 노동자를 갈라치기하는 자본이다. 자본은 새벽배송과 밤샘노동을 ‘필수재’로 만들어 놓고 사람이 일하다 죽어야 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란’을 일으킨다.
세종호텔지부 해고자 동지들이 아직 거리에 있고, 고진수 지부장이 고공농성 300일을 맞이했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해고자들은 아직도 고용승계를 위해 싸우고 있고, 그 와중에 KBS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 다큐멘터리 <불탄 옥상> 2부 방영을 취소했고, A학교 성폭력사건 공익제보자 지혜복 교사는 700일째 거리에서 복직투쟁을 하는 중이고, 10월28일에는 베트남에서 온 25세의 뚜안님이 강제단속에 쫓겨 추락사했고, 49재가 지났건만 정확히 어떻게 왜 추락사에 이르렀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태안화력에서는 7년 전 김용균님의 죽음에 이어 김충현님이 똑같이 비정규직으로 똑같이 위험한 업무를 혼자 해내다가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광주 도서관 공사현장 붕괴참사와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참사 피해자는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아리셀 화재참사에서 원청의 책임을 묻는 항소심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이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그날의 진실을 알려줄 목격자 증언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으며, 지난해 12월29일에 일어난 제주항공 2216편 참사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최근 투쟁만 이 정도다.
세월호 유가족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서울시의회 앞 기억공간을 지키고 생명안전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울시의회라니 말인데 날치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청소년 인권활동가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농성 중이고 구청 공무원들과 경찰이 농성장을 침탈했다. 인권과 침탈이라니 말인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두 명이 지하철 시위를 했다고 ‘전차방해죄’와 업무방해죄로 기소당했다. 헌법에 명시된 시민의 집회시위 권리보다 전차가 다닐 권리가 우선이라니 이것이 바로 현대사회 인간소외의 교과서적인 예시라 아니할 수 없다. 현대라니 말인데 어느 기업은 하청인 이수기업 해고자들에게 구사대를 보내 폭력을 행사하고 관련된 어느 자동차회사는 하청인 청소노동자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가 노조 조끼를 입고 몸자보를 달고 어느 으리으리하신 빽화점(오타지만 훌륭하니까 그냥 두기로 한다) 푸드코트에서 밥 좀 먹었다고 보안요원이 ‘고객이 불편’하니 노조 조끼를 벗으라고 종용했다. 누군지 모를 그 고객은 정규직일까? 그 고객은 노조 조끼가 없는 모양이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이 기회에 그 고객도 노조에 가입하시면 좋겠다. 노조의 멋짐을 모르는 그대가 안타깝다. 다시 말하지만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노동자가 싸울 상대는 다른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을 경멸하고 노동자를 갈라치기하는 자본이다. 자본은 새벽배송과 밤샘노동을 ‘필수재’로 만들어 놓고 사람이 일하다 죽어야 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란’을 일으킨다.
그러니까 지금은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내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걸 원한 게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물(들)에게 권력을 몰아주기 위해 그 겨울을 견딘 것도 아니다. 권력과 차별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꼭대기에 올라앉은 사람만 바꾸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똑같은 구조 안에서 똑같은 차별과 억압이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차별금지법을 원한다. 우리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고 시외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며 원하는 분야에서 노동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청소년이 존중받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성소수자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형태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평등한 사회, 모든 사람의 권리가 섬세하게 보장받는 사회, 모든 사람이 살면서 최대한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투쟁한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이루어질 때까지 광장은 끝나지 않는다. 지금 자기도취에 빠진 이들은 이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보라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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