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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아니다, 이것도 썰" 조심스러워진 李대통령 화법

중앙일보 오현석.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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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아니다, 이것도 썰" 조심스러워진 李대통령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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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가 아니고, 누가 이 얘기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업무보고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 뒤 “요새 말만 하면 꼬투리를 잡아서, 이렇게 전제를 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경기) 부천 국회의원을 하시던 분(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 얘기”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1~12일 생중계된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환단고기(桓檀古記)’ 등 각종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이 대통령은 16일엔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고혈압·당뇨의 기준치가 점점 엄격해져서 약 안 먹어도 되는 사람이 약을 먹게 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이 뭐냐”고 물으면서도 “이것 역시 ‘썰’이다. 물어보라고 해서 물어본다”고 덧붙였다.

3일차에 접어든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대화를 이끌었다. “약간 긴장되죠? 또 무슨 폭탄이 떨어질까”라는 농담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한 이 대통령은 “제가 숫자를 외웠거나 이런 걸 체크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인들 어떻게 국정을 다 파악하겠느냐”며 “국민들이 저한테 물어보라고 요구하는 게 많아 저도 국민 시각에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업무보고에서 “얘기한 지가 몇 달 됐는데, 아직도 고민이 안 끝났느냐”거나 “저보다도 아는 게 없다”는 질책이 ‘태도 논란’으로 이어진 걸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성토해 온 관광지 물가 문제를 물을 때도 날을 세우지 않았다. 노점 등에 대한 ‘바가지 요금’ 대책을 묻는 말에 강동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더 확인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 죄송하다”고 했지만, 아무런 질책 없이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외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비싸게 받을 거야’라고 하는 것 자체를 어떻게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야당 국회의원 출신 기관장에 대한 질의도 이날은 평온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게 “어디서 많이 보던 분 같다”며 “반갑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고, 정 위원장도 업무보고 말미에 발언을 자처해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엔 야당 3선 의원 출신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에게 “말이 참 기시다”, “저보다 아는 게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오현석·윤성민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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