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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비터블, 잘 만든 뮤지컬 영화 보는 느낌의 리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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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비터블, 잘 만든 뮤지컬 영화 보는 느낌의 리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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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비터블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언비터블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리듬게임은 크게 스토리 중심과 플레이 중심의 두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는 고득점 경쟁을 핵심으로 내세운 플레이 중심의 리듬게임이다. 반면 '리듬 닥터',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 같은 인디게임은 스토리와 시각적인 연출을 더 강조한다. 고득점을 경쟁하는 리듬게임은 동체시력과 조작능력이 떨어지는 본 기자에게는 다소 진입장벽이 있어, 지금까지는 주로 스토리 중심의 리듬게임을 짧게 즐겨왔다.

지난 10일 출시된 '언비터블(UNBEATABLE)'은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음악이 불법이자 범죄인 세상, 도망자인 주인공, 이런 과정에서 결성된 밴드 등 매력적인 소재가 한가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12시간 가량을 플레이하며 스토리 모드의 엔딩을 봤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성에 문제가 있었고, 리듬게임 역시 단점이 없지 않았으며, 전개 속도도 고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뛰어넘을 매력과 강점을 지닌 게임이었다.


▲ 언비터블 소개 영상 (영상출처: D-셀 공식 유튜브 채널)


음악이 죄가 되는 세계, 언비터블

언비터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트리거의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이나 가이낙스의 '팬티 & 스타킹 위드 가터벨트'와 유사한데, 논리적인 전개나 핍진성보다 감각과 감성이 중심이 된다. 특히 그림체 역시 영미권의 카툰풍을 채용했지만, 전반적인 캐릭터 움직임이나 묘사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언비터블의 주인공은 핑크머리의 20대 청년 '비트'다. 마치 허공에서 떨어진 듯한 비트는 어딘가 경직되고 현실과는 다른 듯한 세계에서, 악기를 보자 숨겨야 한다고 외치는 푸른 머리의 퀘이버(Quaver)를 만나 여정을 시작한다. 퀘이버는 그리운 어머니의 발자취를 쫓는 12세 소녀로,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그녀가 마지막으로 연주한 공연장에서 기타를 치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도달한 공연장에서 기타를 튕기자, 기괴한 음표 모양 괴물이 튀어나오고, 출동한 경찰에 비트와 퀘이버는 쫓기기 시작한다.

▲ 악기를 지니기만 해도 '미친 사람' 취급 받는 세상;(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악기를 지니기만 해도 '미친 사람' 취급 받는 세상;(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타를 연주하려는 퀘이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타를 연주하려는 퀘이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이크 스탠드와 주먹을 휘두르는 리듬게임으로 경찰과 음표 괴물 '사일런스'를 물리친 비트는 퀘이버와 함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밴드를 만든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일으킨 소동 때문에 대신 감옥에 갇힌 유명 밴드 맴버를 구출하고, 감옥을 탈출해 경찰단 'HARM' 지부를 습격한다. 이후에는 밴드와 함께 앨범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후에는 이 세계, 사일런스, 그리고 비트 본인에 대한 비밀을 쫓는 이야기도 전개된다.

언비터블의 강점 중 하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처음부터 여행을 함께하는 퀘이버는 똑똑하지만 어린 나이의 치기나 상실의 아픔을 드러내기도 한다. 함께 밴드를 만드는 클레프(Clef)와 트레블(Treble) 쌍둥이 역시 각각 거칠지만 여린 내면, 수용적이지만 단단한 심성을 지녀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든다. 물론 주인공 비트는 스토리를 통해 그녀가 가진 과거를 전달하며 입체적인 성격과 그녀의 거친 성정의 이유, 퀘이버와의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 어머니의 자취를 쫓는 퀘이버;(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머니의 자취를 쫓는 퀘이버;(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밴드의 멤버들, 사이가 참 돈독하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밴드의 멤버들, 사이가 참 돈독하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름다운 음악과 강렬한 타격감이 어우러진 리듬게임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의 자연스러운 리듬게임도 확인할 수 있다. 리듬게임의 콘셉트는 '싸움'이다.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럽게 음표 괴물 사일런스가 나타나고, 이들을 막는 과정에서 박자에 맞춰 위와 아래로 돌진해오는 사일런스를 공격하는 것이다. 또 주인공 일행의 음악 행위를 막으려는 'HARM'의 경찰이나 고위 관직자와 싸우는 과정 역시 사일런스와는 다르지만 전투 리듬게임으로 표현된다.

투 버튼 리듬게임이지만 여러 연출, 독특한 노트로 재미를 더한다. 사일런스는 좌우로 등장하며 혼란을 더하고, 노트 중에서는 연속으로 공격하거나 회피하는 것들도 등장한다. HARM 대원은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처럼 동시에 둘이 겹치거나 좌우로 나타나며 난도를 높인다. 이런 기본적인 리듬게임 요소에 더해 야구장에서 공 치기, 탈출 레이싱 등 미니게임뿐만 아니라 경찰 도구를 파괴하는 간단한 액션에도 모두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요소가 포함되어 손맛을 더하고 귀를 즐겁게 한다.;

▲ 사일런스, 해당 노트는 점프로 피해야 한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일런스, 해당 노트는 점프로 피해야 한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타격! 날아간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타격! 날아간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름다운 음악은 이러한 리듬게임의 기반을 이룬다. 애니메이션 락밴드 피크 디바이드와 개발사 소속 악곡가들이 참여해 만든 작품이 다수 수록됐으며, 여타 리듬게임과 다르게 대부분 노래와 가사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게임의 메인 테마곡 중 하나인 북엔드 송(Bookend Song)은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명곡이다. 스토리 모드가 아닌 리듬게임만을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모드도 준비됐으며 본편에서 듣기 어려운 곡들까지 난도를 더 높여가며 플레이할 수도 있다.


다만 스토리 모드에서는 이런 리듬게임이 간혹 오히려 플레이에 방해되거나, 반대로 스토리 때문에 리듬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순간도 등장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억지 패배를 유도하기 위해 노트가 지나치게 빠르고 많이 나오거나, 미니게임에서 진행 방식을 전혀 알려주지 않아 맞아가며 배우는 등 불편한 요소도 있다.;

▲ 경찰! 때린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경찰! 때린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공! 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공! 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케이드 모드도 더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케이드 모드도 더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쉬운 핍진성과 전개의 완급조절

스토리게임으로서 언비터블은 여러 문제를 지녔다. 가장 큰 문제는 전반적인 전개의 완급조절이 나쁘다는 점이다. 언비터블의 스토리텔링은 '알기 보다는 느낀다'를 강조한다. 처음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주인공을 들판에 덩그러니 놓거나, 왜 괴물들이 나타났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이를 처음 본 주인공이 퀘이버에게 "저게 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플레이어와 비트는 이야기를 주도하는 입장임에도 세계와 퀘이버에 끌려다니는 느낌을 전한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낯설게 하기'에 가까운 생경함으로 독특함을 주지만, 문제는 각 에피소드 사이, 장면 사이가 끊어지고 급전개되는 방식도 동시에 택했다는 점이다. 언비터블은 도합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는데, 일부 에피소드 사이에는 사건이 갑작스럽게 전개되어 내용을 놓치기 십상이다. 심지어 한 에피소드 내에서도 뭔가에 집중하면 주변을 놓치는 주인공의 특징 때문에, 눈을 감았다 떠보니 공연장인 등 혼란을 더한다.


▲ 비트, 주의가 흐릿해지는 장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비트, 주의가 흐릿해지는 장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꿈과 과거를 묘사하는 몽환적인 리듬게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꿈과 과거를 묘사하는 몽환적인 리듬게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급전개는 게임 플레이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한 에피소드 내에는 플레이어가 여러 지역을 탐험하고,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미니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어 3장에서는 감옥을 벗어나 도시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미로 탈출 퍼즐 어드벤처게임을 한다. 이러한 장르를 선호한다면 개발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겠지만, 미로에 갇혀 길을 헤매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특징에 더해 전반적인 후반부 에피소드 역시 다소 급전개와 더불어 플레이어의 기대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마치 밴드물로 보였던 게임은 4장부터 세계의 비밀에 대해 폭로하더니, 종국에는 개인의 가정사와 세계 파멸의 씨앗이 뒤섞이는 구조로 나아간다. 낙차가 큰 내용과 더불어 적은 수의 캐릭터가 모든 사건에 관여하는 일종의 '작은 세상'을 구성해 핍진성이 떨어진다. 전개의 호흡 조절과 완급 조절도 부족해 엔딩까지 약 10시간의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수로, 길을 잊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로, 길을 잊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미니게임, 흥미롭지만 반복적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미니게임, 흥미롭지만 반복적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음을 울리는 연출과 클라이맥스

이런 완급 조절 문제와 급전개는 제한된 시간에 스토리텔링과 음악 공연을 동시에 해야하는 뮤지컬 영화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음악을 활용해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달할 때도 있으며, 분량의 문제로 과감하게 이야기 일부를 잘라내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비터블은 뮤지컬 게임에 가까우며, 음악, 연출, 그리고 클라이맥스를 통해 서사의 고점을 터뜨리는 방식을 택했다.;

언비터블의 독보적인 강점은 리듬게임과 어우러지는 게임의 연출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밴드 일원 클레프와 진솔하게 대화하는 과정에서는 배팅 리듬게임이 활용된다. 클레프는 말투와 행동이 거칠고, 솔직한 대화에 쑥스러움을 느낀다. 주인공 비트는 성격이 급하고 남이 말하는 중간에 자기 할 말을 해버린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클레프가 택한 대화의 장소는 바로 배팅장이다. 주인공은 배팅 리듬게임을 하며 말을 끊을 틈이 없고, 이때 클레프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다. 리듬게임을 방해하는 연출이지만, 이를 통해 캐릭터 둘의 성격과 이야기 전개를 동시에 해낸 것이다.

▲ 리듬게임으로 묘사된 추격전, 박진감 넘친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리듬게임으로 묘사된 추격전, 박진감 넘친다;(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음악과 연출로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음악과 연출로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외에도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감옥에서 도망치다가 HARM 간부와 대치하는 장면, HARM 본부에 숨어드는 과정 등은 긴박한 음악, 속도감 있는 그래픽 연출, 손맛 있는 원버튼 리듬게임으로 어우러져 강렬하게 연출된다. 백미는 마지막 에피소드로, 이야기의 전개는 분명 급하고 핍진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주인공과 퀘이버가 공유하는 감정이 게임 초반부와 수미상관을 이루고,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리듬게임과 함께 감정들이 폭발한다. 전개의 정합성은 클라이맥스 연출 앞에서 중요하지 않게 된다.;

여기에 각 캐릭터의 훌륭한 성우 연기가 곁들여지며 게임의 몰입을 돕는다. 일부 대사나 스토리라인은 성우 연기가 부족했다면 상당히 유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성우들의 열연이 다소 부족한 스토리, 밈과 농담이 뒤섞인 대사를 맛깔나게 살렸다. 유일한 아쉬운 점은 성우 연기가 일부 주요 캐릭터와 장면에만 사용되어, 본래도 조용한 탐험 파트를 더 밋밋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는 것 정도다.







언비터블은 한 편의 뮤지컬 영화 같은 게임이다. 스토리 모드의 전반적인 전개는 완급조절이 부족하고,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실패했으며, 적은 수의 캐릭터가 모든 사건에 개입되며 핍진성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개성있는 음악과 타격감 좋은 리듬게임이 각 에피소드마다의 클라이맥스와 맞아 떨어지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감상하고 싶은 유저에게 추천하며, 리듬게임 아케이드 모드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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