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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전기차·고속철 빗장 열고···韓은 벤틀리·연어 더 받는다

서울경제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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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전기차·고속철 빗장 열고···韓은 벤틀리·연어 더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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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英 FTA 개선 협상 타결]
만성 적자 英, SOC 공급 부족
가성비 앞선 韓기업 진출 기회
'조지아 사태' 같은 일 없도록
기술인력 비자 제도도 재정비
원자재 공급 부족에 공동 대응
혁신위 만들어 기술 협력 논의




15일(현지 시간) 타결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자동차 및 K뷰티·푸드의 원산지 기준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특히 대(對)영국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는 이번 개선 협상을 통해 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기네스 맥주, 스코틀랜드산 연어 등 영국산 식품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양국은 자동차 무관세 기준 중 하나인 당사국 부가가치 비중을 현행 55%에서 25%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부가가치 비중은 자동차에 들어간 부품·재료 비중으로 기존에는 국내산 비중이 55%가 돼야 기본 관세 10%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원산지 기준이 완화된 것이다.

이번 자동차 원산지 기준 완화는 특히 전기차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리튬·흑연 등 수입 원료의 가격에 따라 산출되는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영국 자동차 수출액은 총 23억 93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6%를 차지했다. 특히 전기차는 수출액이 11억 5600만 달러로 대영국 1위 수출 품목이기도 하다.

K뷰티·푸드 등 수출 유망 품목의 원산지 기준도 완화했다. 기본 관세율이 최대 8%인 화장품 등 화학제품의 경우 앞으로는 화학반응·정제·혼합 및 배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수행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두·떡볶이·김밥·김치 등 가공식품(관세율 최대 30%)은 현재 밀가루·채소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무관세가 적용되지만 이번 협정에서는 이 요건이 삭제됐다. 주요 재료를 제3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한영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부가가치 기준 완화는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FTA 관세 혜택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원산지 기준 완화에 따라 벤틀리, 기네스 맥주, 스코틀랜드산 연어 등 영국의 자동차·식품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코틀랜드산 양식 연어의 경우 기존에는 연어알에서 부화된 연어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양국은 앞으로 치어(새끼)를 키워 수출하는 연어에도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 조달 시장에서는 영국이 고속철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영국은 만성적 재정적자로 철도·도로·공항 등 기본 사회간접자본(SOC)이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런던~버밍엄~맨체스터~리즈를 잇는 하이스피드(HS)2 고속철도 사업은 사업비 급증으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현대로템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수출 트랙 레코드를 앞세워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 우리나라는 정부 서비스 계약 시장을 새롭게 개방하기로 했다. 신서비스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영국 진출 기반을 구축했다. 대신 우리 측은 기존에 포지티브 방식(허용된 것만 가능)의 금융시장 접근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금지한 것 제외하고 가능)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편 양국은 미국 ‘조지아주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비자 제도도 정비했다. 영국 내 제조 공장 설립 초기 한국 엔지니어, 기계·설비의 유지·보수 전문 인력 등의 수월한 영국 입국을 가능케 하는 식이다. 특히 영국은 기술 인력의 영국 비자 취득에 큰 장벽이던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문화 부문에서는 서비스·디지털 등 챕터에 시청각 서비스를 적용하고 기존 문화 협력 의정서를 개정해 강화된 재정 지원 등이 포함된 현대화된 시청각 공동 제작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공급망 협력도 체계화한다. 희토류·요소수·배터리 등 주요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하고, 연구개발(R&D) 및 국제 표준화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한영혁신위원회’를 신설, 정기적으로 AI, 자율주행차, 생명공학, 첨단 제조 등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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