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옛 동료가 적이 되어 돌아왔다. 세르히오 레길론(29)이 인터 마이애미에 입단하면서 손흥민(33, LAFC)과 개막전부터 맞붙게 됐다.
인터 마이애미는 1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레프트백 레길론과 2027년 12월까지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2028년 12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국제 로스터 자리를 차지하게 될 그는 팀에 귀중한 뎁스를 더해주며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난 뒤 약 반년 만에 새 팀을 찾은 레길론. 미국 무대에 도전하게 된 그는 "인터 마이애미는 매우 야심찬 프로젝트이자 올바른 방식으로 일을 해내고 있는 우승 클럽이다. 그게 바로 나를 매료시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레길론은 "계속해서 우승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기에 왔다. 내 목표는 앞으로도 우승하고, 우리가 놓친 트로피를 뒤쫓고, 여기서 모든 대회를 우승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레길론은 스페인 국적의 1996년생 레프트백이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인 그는 2020년 토트넘에 합류했고, 도착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첫 시즌엔 공식전 36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이후 입지가 곤두박질쳤다. 레길론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렌트포드 임대 생활을 전전했다. 그러면서도 번번이 완전 이적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레길론은 지난해 여름 토트넘에 복귀했다. 하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도 그의 자리는 없었고, 벤치에 앉기조차 쉽지 않았다. 시즌 중반 선수단의 줄부상 속에서도 대부분 교체로 6경기를 뛴 게 전부였다.
결국 토트넘은 레길론을 붙잡지 않았다. 토트넘은 "레길론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난다. 그는 2020년 맨체스터 시티와 카라바오컵 결승전에 선발로 나섰다. 두 시즌간 1군 주전으로 활약한 뒤 임대 생활을 하다가 최근 다시 우리 팀으로 돌아왔다. 레길론은 총 73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다"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1년 반에 가까운 공백기를 보낸 레길론. 그는 이번 인터 마이애미 이적으로 커리어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인터 마이애미는 은퇴를 선언한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풀백 조르디 알바의 공백을 레길론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무대에 입성한 레길론은 토트넘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손흥민과도 다시 만나게 됐다. 물론 이번엔 동료가 아닌 적이다. 인터 마이애미는 내년 2월 메이저리그사커(MLS) 2026시즌 개막전에서 손흥민이 있는 LAFC와 격돌한다.
인터 마이애미는 안 그래도 리오넬 메시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이 버티고 있는 MLS 최강팀이다. 이번 시즌에도 플레이오프컵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폭발적인 속도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자랑하는 레길론까지 가세하면서 LAFC로선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레길론은 손흥민과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는 이전부터 손흥민의 득점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는 등 손흥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손흥민 바라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손흥민을 쓰러뜨린 상대 선수를 향해 가장 빠르게 달려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레길론은 2023년 여름 토트넘에 복귀한 뒤에도 약 1년 만에 만나자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그리웠어. 손날두"라고 반가워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로도 떠돌이 생활을 하며 손흥민과 거의 호흡을 맞추지 못했고, 씁쓸히 손흥민 곁을 떠나야 했다. 이제는 다른 팀이긴 하지만, 돌고 돌아 미국 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된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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