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수중 드론으로 러시아 6천억 잠수함 폭파”…러 “피해 없다”

우크라이나의 정보기관인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한 타격 영상 갈무리.

우크라이나가 독자 개발한 신형 수중 드론으로 러시아 잠수함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피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1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 ‘서브 시 베이비’(Sub Sea Baby)가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보안국은 해군과 함께한 이번 공격 당시 러시아의 킬로급 잠수함이 러시아 흑해 연안 도시 노보로시스크 인근 항구에 정박 중이었으며,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발사기 4기를 탑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격으로 사실상 작동 불능 사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급 잠수함의 제작비가 약 4억달러(약 5900억원)에 달하고 국제 제재를 감안해 만드는 데 든 실제 비용은 약 5억달러(약 7390억원)까지 상승한다고도 덧붙였다. 보안국은 소셜미디어에 노보로시스크 항구 쪽 해상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영상도 게시했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사실은 인정했지만 잠수함에 피해는 없었다며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에 주둔 중인 흑해 함대의 함선이나 잠수함, 그리고 승무원들은 사보타주로 인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으며 평소와 다름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타스(TASS)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협상단 및 유럽 지도자들과 평화 협상을 논의하던 날 이뤄졌다. 현지 언론은 이번 공격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러시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쿠피얀스크 전선 북부의 자국군 진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려면 지금 전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해야 협상에서도 강한 입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15일 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내 가스 처리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중 드론 작전도 감행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작전에 투입한 수중 드론이 ‘서브 시 베이비’였다고 기종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길이 수십 센티미터에서 1ｍ가 넘는 어뢰 형태의 소형 무인 잠수정 개발을 지속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드론은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장 효과적 전력으로 기능해 왔다”며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흑해 함대를 해상에 묶어둘 수 있었고,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회피해 운용 중인 유조선 ‘그림자 함대’를 겨눈 공격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수중 드론을 통해 러시아의 잠수함을 공격한 것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3년 7월 우크라이나는 해상 드론 ‘시 베이비’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와 크림 반도를 잇는 크림 대교를 파괴한 적 있는데, 당시 사용된 것은 무인수상정 형태의 드론이었다. 이번에는 바다 아래서 이동하는 수중 드론이라는 점이 다르다.

드론은 아니지만, 미사일로 잠수함을 공격한 경우는 있다. 지난 2023년 9월과 2024년 8월에 우크라이나는 미사일로 크림반도 항구에 정박한 러시아 잠수함을 공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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