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승부보다 논란이 더 뜨거운 현실, 한국 스포츠계의 현주소다. 프로축구에선 감독의 폭행 논란이, 남자프로농구에선 세금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승패와 무관한 논란이 반복되자 팬들 사이에서도 피로와 냉소가 번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건 어떻게 수습하느냐다. 판단의 열쇠는 각 협회와 연맹의 손에 쥐어졌다.
프로축구 시즌은 끝났음에도 신태용 전 울산 HD 감독의 폭행 논란 탓에 잠잠할 틈이 없다. 신 전 감독이 사령탑 부임 당시 상견례 자리에서 정승현의 뺨을 때리는 영상이 공개됐다. 폭행 여부를 둘러싼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그 장면이다.
정승현은 “당한 사람이 폭행이라고 느꼈다면 그 자체로 폭행”이라며 “신 감독의 행동은 축구계를 떠나 (어디에서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폭로했다. 신 감독은 “누가 보자마자 폭행을 하겠나”라며 “몇 년 만에 한 팀에 같이 있다 보니 내가 표현하는 게 좀 과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른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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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지난 8월 울산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동행은 65일 만에 마침표가 찍혔다. 성적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였으나, 선수단과의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질에 앞서 구단은 폭행 논란 등 오해를 살 수 있는 신 감독의 행동에 대해 지난 8월 주의 공문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화는 계속됐고 결국 징계와 같은 목적으로 헤어질 결심을 했다.
논란의 판단은 대한축구협회로 넘어갔다. 축구협회는 지난 5일 울산에 사실관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울산은 지난 15일 회신했다. 축구협회는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관련 규정에 따른 필요한 절차를 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16일 “대한축구협회 회신을 통해 구단은 그간 파악한 사실들과 선수 보호를 위해 취했던 조치들을 성실하게 설명했다. 앞서 구단은 폭행 논란 등 부적절한 행위 존재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왔다. 구단은 선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행위에 대한 당사자에게 구두 및 서면으로 주의와 개선을 요청했고, 즌 중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소속 선수들을 향한 과도한 비난과 비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필요시 추가적인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KBL 제공 |
농구에선 법정싸움까지 벌어졌다. 라건아(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세금(3억9800만원) 납부 주체가 쟁점이다. 라건아는 당시 소속팀이었던 KCC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KCC는 남자프로농구(KBL) 이사회에서 최종 영입 구단(한국가스공사)이 납부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세금 납부의 주체가 KCC 구단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책임의 화살표는 선수와 구단, 리그를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다. 라건아와 KCC의 계약서상으로는 KCC가 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KBL은 지난해 5월 이사회를 열어 KCC와 라건아의 계약서와 반하는 결론을 내렸다. 라건아를 외국인 선수로 규정하며 외국인 선수 규정에 따른 계약(해당 연도 소득세 최종 영입 구단 납부)을 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KBL 의결대로라면 한국가스공사가 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라건아가 직접 납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후 라건아가 자체적으로 KCC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국가스공사는 KBL로부터 구단의 세금 납부 또는 소송 취하 권고를 받았지만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사진=KBL 제공 |
KBL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을 어긴 건 사실”이라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페널티나 징계의 경우 위반 범위 등 다각도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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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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