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리벨리온 "GPU 투자 10분의 1이라도 국산 AI반도체 투자를"

한국일보
원문보기

리벨리온 "GPU 투자 10분의 1이라도 국산 AI반도체 투자를"

서울구름많음 / 4.7 °
박성현 대표 16일 기자간담회
"기업가치 1.9조 유니콘 성장
자체 NPU, SKT 서비스에 활용
구글 TPU도 10년 투자 결과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를 하고 있다. 리벨리온 제공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를 하고 있다. 리벨리온 제공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대를 구입하는 데 투자하는 10분의 1 정도라도 대한민국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투자해 활로를 뚫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AI 3강' 달성을 위한 정부 인프라 투자의 상당 부분이 GPU 확보에 쏠리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리벨리온을 비롯한 국산 AI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성장 중이나, 규모 확장을 위한 정부 지원은 더딘 상황이다. 올해 국가AI컴퓨팅센터 공모에서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의무조항을 뺀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GPU가 확충돼야 NPU 사용도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한국이 AI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길은 국산 AI반도체”라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년부터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올해 창립 5주년을 맞았고, 최근 시리즈C 투자를 마무리해 기업가치 약 1조9,000억 원으로 명실상부한 유니콘이 됐다”며 “그간 기초체력을 쌓았다면 이제는 글로벌 무대로 도약할 시기”라고 말했다.

현재 AI반도체 시장은 AI 모델을 개발하고 훈련하는 GPU 중심이다. 리벨리온은 앞으로 대형언어모델(LLM)과 이미지∙영상 등 멀티모달 모델 사용자가 늘면서 ‘추론’ 반도체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전용 NPU인 '아톰' 시리즈를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에이닷’ 일부에 아톰을 적용해 사용자 경험을 쌓아왔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쓰는 서비스에 활용했다는 실적 자체가 성능 보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최근 텐서처리장치(TPU)라는 자체 AI반도체의 외부 판매를 공식화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리벨리온을 비롯한 국산 AI반도체 기업에 기회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TPU 사례는 엔비디아 아닌 기업의 반도체에 대한 시장과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단 구글 역시 성능 좋은 TPU를 만들기까지 약 10년간 투자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산 AI반도체의 성능과 시장 진출에 대해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리벨리온은 최근 미국 법인 설립과 함께 해외 진출을 가속하기 위해 미국 오라클 부사장 출신의 마셜 초이 최고사업책임자(CBO)도 영입했다. 초이 CEO는 "미국, 일본, 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 AI 인프라 다변화를 모색 중”이라며 “기술력과 완성도를 가진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