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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로 알츠하이머 94% 판별···동아시아인 대상 첫 확인[헬시타임]

서울경제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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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로 알츠하이머 94% 판별···동아시아인 대상 첫 확인[헬시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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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교수 연구팀
혈장 내 p-tau217/Aβ42 비율 측정
뇌 아밀로이드 PET 검사 양성 예측 입증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약 94%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을 상대로 최신 자동화 혈액 분석 플랫폼의 성능을 입증한 첫 사례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임현국 뇌건강센터 교수와 엄유현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동아시아 최초로 혈장 내 ‘p-tau217/Aβ42’ 단백질 비율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진단 기술의 정확성을 검증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 262명을 대상으로 혈장 내 ‘Aβ42(아밀로이드 베타 42) 대비 p-tau217(인산화 타우 217) 단백질 비율을 측정한 다음, ‘뇌 아밀로이드 PET검사 및 타우 PET결과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혈장 내 p-tau217/Aβ42 비율이 뇌 아밀로이드 PET 검사 양성 여부를 예측하는 데 94%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 진단이 불확실한 회색 지대에 속하는 환자 비율은 8%에 그쳤다.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고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서 뇌세포가 손상되어 발생한다. 이번 연구에서 혈액 바이오마커인 p-tau217/Aβ42 비율은 아밀로이드 병리 뿐 아니라 뇌 타우 PET 영상에서 확인되는 타우 단백질의 침착 정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측정한 알츠하이머성 뇌 위축 소견과도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주로 활용되는 뇌 PET 스캔이나 뇌척수액 검사의 경우 침습적이고 가격이 비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혈액 검사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시행할 수 있어 대규모 치매 선별 검사 및 조기 진단의 대안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연구는 자동화 면역측정 플랫폼을 활용해 혈액 내 알츠하이머병 표지자들을 정량화함으로써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다양한 인종·지역에서 혈액 바이오마커의 유효성을 확인한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임현국 교수는 “동아시아 코호트에서 완전 자동화 혈액 바이오마커 플랫폼을 독립적으로 검증한 세계 최초 사례"라며 "미국·유럽 중심으로 축적돼 온 알츠하이머 병리 연구에 아시아 데이터를 본격 편입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이고 글로벌한 치매 생물학의 지형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엄유현 교수는 “혈액 검사가 기존의 고가 영상 검사 수준의 정확성으로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잡아낼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향후 임상 현장에서 치매의 조기 선별과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혈액 바이오마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 2025년 11월호에 실렸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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