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 게재
가계 대출 줄고 있는데 수도권 집값은 더 올라
물가 경로 고려시 환율 상승의 큰 요인 아닌 듯
유동성 증가폭 미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 없어
가계 대출 줄고 있는데 수도권 집값은 더 올라
물가 경로 고려시 환율 상승의 큰 요인 아닌 듯
유동성 증가폭 미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 없어
한국은행이 최근 유동성 증가를 집값 및 환율 급등의 요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은은 16일 블로그에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 라는 글을 게재해 이 같이 밝혔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은 “이론적으로 보면 유동성 증가는 자산가격과 환율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분석 결과 통화량과 주택 가격의 장기적 흐름을 보면 뚜렷한 선후관계가 있기보다는 대체로 동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늘어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로 가계 대출이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수도권 집값 상승을 유동성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김 팀장은 “오히려 공급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특정 지역으로의 수요 쏠림이 (집갑 상승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며 “최근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핵심지에서는 대출을 동반하지 않는 현금구매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는 신규로 공급된 유동성보다는 과거부터 누적돼 온 유동성이 수익률을 좇아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최근 환율 급등도 유동성 보다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성향 강화 등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유동성 증가는 이론적으로 물가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상대 국가보다 높아질 경우 자국통화의 상대적 구매력이 하락해 장기적으로 통화가치가 절하된다.
하지만 최근 한·미 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미국(약 3%)이 우리나라(약 2%) 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환율 상승에 물가 및 유동성 경로가 유의한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한은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은 최근 M2(넓은 의미의 통화량) 급증으로 시중에 돈이 대거 풀려 원화 약세와 수도권 집값 상승이 촉발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M2 구성 항목의 차이로 우리나라 통화 증가폭이 더 커보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M2에 상장지수펀드(ETF)등 수익증권을 포함시키지만 미국은 제외돼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M2 증가폭이 커진 것은 주가 상승에 ETF등 수익 증권으로 돈이 몰린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미국 M2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10만 달러 초과 정기예금과 수익증권, 금전신탁, 금융채 등이 제외되며 MMF도 소매(retail)만 포함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M2 증가세는 미국과 대체로 유사한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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