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ITWorld 언론사 이미지

생성형 AI 시대에도 직접 포토샵을 쓰는 이유

ITWorld
원문보기

생성형 AI 시대에도 직접 포토샵을 쓰는 이유

서울흐림 / 4.5 °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글을 쓰는 직업은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았고, 생성형 AI가 점점 더 사실적이거나 스타일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다른 예술가도 비슷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필자는 이 일을 하고 있다. 디지털 화면 위에 올바른 단어를 올바른 순서로 배열하는 일로 여전히 대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 편집이라는 작은 작업 영역에서도, 매일같이 포토샵을 사용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흥미롭지만 완벽하지 않다. 실제로는 완벽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 거의 사용하지 않을 정도다. 매우 제한적인 용도에서만 쓸 수 있으며, 그마저도 수작업 보정이 필요하다. 포토샵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초적인 실력만으로도 대다수 경우 인공지능보다 나은 결과를 만든다.


생성형 AI 이미지가 빛을 발하는 영역

포토샵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역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방법을 몰라서 할 수 없는 작업도 있고, 그런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도움이 된다. 완벽한 결과가 필요 없는 프로토타입이나 아이디어 구상처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작업에서도 인공지능은 유용하다.


생성형 AI는 콘셉트 아트를 빠르게 만들어내거나 롤플레잉 게임용 디지털 소품을 제작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참가자에게 가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공상과학 태블릿 화면 오버레이를 만드는 데 활용했고, 포토샵의 생성형 채우기 기능은 이미지의 빈 공간을 채우거나 크기를 조금 늘릴 때 빠르고 간편한 대체 도구로 쓸 수 있다.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캐릭터를 터미널 화면 스타일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은 인공지능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대표적인 사례다.Jon Martindale / Foundry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캐릭터를 터미널 화면 스타일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은 인공지능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대표적인 사례다.Jon Martindale / Foundry


게임 디자인을 위한 카드 레이아웃 프로토타입, 친구끼리 주고받는 개인용 밈, 롤플레이용 캐릭터 초상화 제작에도 생성형 AI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여기까지가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다. 광활한 풍경이나 거대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는 사용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인상적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런 결과물이 필요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인공지능은 어떤 것도 의미 있게 이해하지 못한다. 생성형 AI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정확성, 정밀성, 사실성, 세부 지시 이행 능력 부족이 활용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아직은 기술 시연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신기함을 넘어서는 용도로는 효과적이지 않다.


생성형 AI의 뚜렷한 약점

한 번은 다가오는 에일리언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에 등장할 캐릭터 초상화를 만들고 있었다. 기업 분위기의 점프슈트를 입은 공상과학 인물에, 웨이랜드-유타니 기업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기 위해 손가락을 ‘W’와 ‘Y’ 형태로 벌리고 싶었다.


필자는 이 작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손가락 모양만 제대로 표현하면 되는 간단한 요청처럼 보였지만, 인공지능은 전혀 해내지 못했다. 아무리 프롬프트를 조정해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 손에는 세 손가락, 다른 손에는 두 손가락을 펼쳐 ‘W’와 ‘Y’ 형태를 만들도록 10회 이상 프롬프트를 시도했지만, 손 방향이 잘못되거나 손가락 수가 맞지 않았고, 원하는 형태로 벌어지지도 않았다. 완전히 실패했다.


약 20분 가까이 시도한 끝에 포기하고, 처음 생성된 이미지를 참고 자료로 삼아 직접 제작했다. 손가락 하나를 복제해 위치를 옮기고, 조명을 조정하고, 레이어를 자연스럽게 혼합했다. 결과물은 훌륭했고,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인공지능이 제공한 초기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업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편집이 쉬웠다. 그러나 최종 결과물 관점에서는 필요했던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온라인에서 무작위 이미지를 가져온 것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대다수 경우, 수작업 편집이 훨씬 빠르다.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는 올바른 프롬프트를 고민하고, 지시가 의도대로 해석될지 신경 써야 한다. 특정 요소는 맞지만 다른 부분이 무작위로 바뀌거나, 원하는 이미지에 전혀 다른 화풍이 적용되는 문제도 빈번하다.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에서도 이러한 과정은 답답하고 불투명하다.



현재 생성형 AI의 가장 큰 문제는, 결과물을 수정하는 데 드는 시간이 처음부터 직접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품질이 조악했던 코카콜라 크리스마스 광고 사례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했음에도 비용은 더 들었고 결국 애니메이터와 아티스트가 다시 투입됐다.


포토샵을 전혀 다룰 줄 모르는 개인에게는 인공지능이 절반 정도까지는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작업 보정과 사람이 직접 만든 결과물이 불필요해진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아마추어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며, 더 지속 가능한 선택

여전히 포토샵으로 몇 초 만에 처리하는 작업이 수없이 많다. 인공지능으로도 가능하겠지만,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미지 크기 조정, 조명 보정, 대비 조절, 구도 재구성, 파일 형식 변환, 화면 비율 변경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지 크기 조정만 놓고 봐도, 포토샵이 어떤 대규모 언어 모델보다 빠르고 정확하다.Jon Martindale

이미지 크기 조정만 놓고 봐도, 포토샵이 어떤 대규모 언어 모델보다 빠르고 정확하다.Jon Martindale


해당 작업은 매일 수행하는 필수 업무다. 신뢰할 수 없는 인공지능에 맡기거나,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작업에 그래픽 처리 장치 시간, 전기, 물을 낭비할 생각은 없다. 생성형 AI의 환경 비용이 매우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인공지능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사라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유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 다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더 잘, 더 빠르게, 덜 스트레스 받으며 직접 할 수 있는 작업에 생성형 AI를 쓰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두 세계의 공존

향후 10~20년 내에 생성형 AI가 현재의 작업을 충분히 대체할 가능성은 있다. 일부는 모든 직업이 사라지는 탈노동 사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역할을 대규모 언어 모델이 수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인공지능 도구는 도움이 된다. 유용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재미, 신기함, 중요하지 않은 작업에 활용한다. 친구에게 보낼 이미지와 영상, 롤플레잉 세션용 영감, 창작 프로젝트의 빠른 콘셉트가 그 예다. 작업 중인 게임 디자인에서 임시 아트 용도로는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중요한 작업, 세부 정확성이 요구되는 작업, 실수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작업, 이미 빠르게 직접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직접 처리한다. 지시를 따르지 않고 환각을 섞어내는 신뢰할 수 없는 인공지능에 맡길 이유가 없다. 인공지능이 작업을 더 어렵게 만든다면, 직접 하는 편이 낫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Jon Martindale editor@itworld.co.kr
저작권자 Foundry & ITWorl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