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전까지 계획 공유 안됐고
주주가치 훼손, 재무 건전성 악화"
주주가치 훼손, 재무 건전성 악화"
영풍·MBK파트너스가 미국에 약 11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고려아연의 결정에 법적 제동을 걸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어 미국 테네시주에 비철금속(철 이외의 모든 금속) 13종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이지만 이사회 전까지 관련 계획을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절차적 문제와 이번 투자가 불러올 수 있는 재무 부담,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 등은 법적 공방의 변수로 꼽힌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영풍·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총 투자금 11조 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사업에 5억 8500만 달러(한화 8600억 원)를 출자하고 △미국 정책금융 지원 대출 및 재무 투자자 대출 46억 9800만 달러(6조 9000억 원) △미국 상무부 보조금 2억 1000만 달러(약 3100억 원) 등으로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계획은 이사회 전까지 영풍·MBK파트너스에게는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이지만 현재 이사회 주도권은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최 회장 측이 갖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5일 월요일 오전 7시 반으로 일시가 정해진 이사회를 12일 금요일 오후 5시가 넘어 소집 통보했다. 이사회 구성원에게 핵심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풍·MBK파트너스 측 관계자는 “해외 제련소 투자, 합작법인 출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회사의 지배구조, 중장기 재무구조 및 투자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한꺼번에 결의됐음에도 이사회가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은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 근거”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선택한 자금 조달 방식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면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고려아연은 외국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제3자(미국 내 합작법인)에게 지분을 제공했다. 이번 유상증자 배경에 회사의 자금 조달보다는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 목적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최대주주 측은 이번 투자의 이례적 출자 구조를 문제삼고 있다. 통상 외국 정부 투자·보조금을 활용해 해외 투자에 나설 때에는 현지 생산법인을 세워 자금을 받거나 지분을 나눠 가진다. 반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기업과 새로 만든 합작법인(JV)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받은 뒤, 이 자금을 현지 투자 지주회사에 다시금 출자하는 이례적인 방법을 택했다. 이런 우회 출자가 완료되면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 지분 10.25%를 보유하게 된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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