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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은 독려하는데…국민연금 ‘환헤지’ 실제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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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은 독려하는데…국민연금 ‘환헤지’ 실제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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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요즘 1달러당 1470원대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국민연금 해외자산 투자와 환율 사이 상호작용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연기금이 환헤지 전략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환헤지란 미래 환전시점 환율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으로 환율이 크게 변동하는 위험을 회피하는 선물환 거래를 의미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 내부 실무운용에서 환헤지는 사실상 실행되지 않고 있는 편이다. 연기금의 해외투자자산 수익률은 시장 환율변동 뿐만 아니라, 환헤지 비율과 시점 등에 따라 다양한 손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과연 지난 10년 동안 국민연금 해외투자 최종 수익률에서 환헤지 효과와 원-달러 환율 효과는 각각 어땠을까?

국민연금기금은 2007년부터 해외투자 자산에 원-달러 환헤지 의무화 전략을 도입해 목표 헤지비율(해외채권 100%, 해외주식 50%)을 설정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전략을 수정해 해외주식은 2015년부터, 해외채권은 2019년부터 100% ‘환오픈’(언헤지) 상태로 운용되고 있다. 다만 해외투자 자산의 최대 15%까지는 헤지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금 실무운용에서는 투자수익성에 미칠 영향과 손실 비용 때문에 환헤지 전략이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통화정책방향결정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연기금 운용실무자들이 헤지를 실행했을 때 예측(장래 환율)을 잘못해서 손실이 생기면 책임을 져야하고, 반대로 헤지를 잘 해서 수익이 나더라도 보상은 없는 구조다보니 관행적으로 환헤지 수단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환헤지를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외환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 국민연금 지부의 모습. 연합뉴스

한 국민연금 지부의 모습. 연합뉴스


연기금의 환헤지는 주로 선물환 매도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장래에 해외투자자산을 팔아 원화로 환전할 때 적용되는 환율을 현재 시점에서 선물환으로 미리 정해둔다. 연기금이 선물환을 매도하면 거래 상대방인 외국환은행(일반 시중은행)이 이 물량을 매수하고, 외국환은행도 매수한 달러만큼 해외에서 현물환으로 조달해 곧바로 서울외환시장에 매도하게 된다. 외국환은행 입장에서도 환차손 위험을 회피해야 하고, 외환 거래 때 매수와 매도 균형포지션을 유지해야 할 당국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2022년부터 도입된 한은-국민연금 외환스와프(외환보유고 활용) 수단으로도 환율 변동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요컨대 환헷지는 두 가지 방식, 즉 외환시장에서의 선물환 매도 방식과 시장을 거치지 않는 외환스와프 방식이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연금기금 운용자산 중 해외자산 비중은 해외주식(평가액 508.2조) 37.3%, 해외채권(96.6조) 7.1%다. 근래 10년 동안 연기금 해외 채권·주식에 환헤지가 의무화돼 있던 시기(채권은 2015년까지, 주식은 2014년까지)와 환위험에 100% 노출된 시기(2015~6년 이후)를 서로 비교하면 국민연금 최종 수익률에서 ‘환헤지 효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또 ‘원-달러 시장환율 효과’는 어땠을까?

김재욱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자산운용연구에 실은 ‘국민연금기금의 환헤지 전략’ 보고서(2022년)는 2010~2021년 국민연금기금의 해외채권 및 해외주식 수익률의 경우 외환시장을 활용한 ‘환헷지 외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분석했다. 이를 보면, 해외 채권투자의 경우 환헤지를 한 시기(2010~2018년)에 달러기준 수익률은 연평균(이하 동일) 3.55%인데 이를 원-달러 시장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한 경우 ‘헤지 후 원화기준 수익률’은 4.79%로 높아지고 ‘헤지 전 원화기준 수익률’은 2.43%로 나타났다. 환헤지 효과가 +2.36%포인트(4.79%-2.43%)에 달한 것으로, 원화기준 전체 수익률(4.79%)의 약 절반가량이 ‘환헤지 효과’였던 셈이다.

반면, 환헤지를 하지 않고 해외 채권투자자산에 환위험을 100% 오픈했던 3개년(2019~2021년)의 경우 달러기준 수익률은 4.43%인데 ‘헤지 전 원화기준 수익률’은 6.50%로 나타났다. 즉 시장 환율에 따른 원화 환산효과가 +2.07%포인트로, 원화기준 수익률의 32%가량이 ‘환율 효과’(원화 가치 약세)였던 것이다. 종합하면, 환헤지 시기의 헤지효과(2.36%포인트)가 환오픈 시기의 환율효과(2.07%포인트)보다 약간 더 컸던 셈이다.

다만, 해외채권 중 일부 자산(약 50%)에만 환위험이 오픈돼 있던 시기(2017~2018년)까지 포함시켜 최근 5년(2017~2021) 기간을 보면, 달러기준 수익률은 3.63%인데 원화기준 수익률은 3.25%로 ‘환율 효과’는 오히려 -0.38%포인트였다. 환헤지를 하지 않아, 달러기준 수익률에 비해 원화기준 최종수익률이 11.7%가량 줄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기간에 환헤지가 된 일부 자산의 원화기준 수익률은 4.79%로, 달러기준 수익률보다 1.1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2025년 9월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2025년 9월말 기준


해외주식투자 부문은 어땠을까? 국민연금기금 해외주식 자산은 2014년까지 투자자산의 0.1%~50%를 환헤지로 운용했는데 2015년부터는 100% 환오픈으로 바뀌었다. 헤지기간(2010~2014년)의 주식자산 달러기준 수익률은 9.66%, ‘헤지 후 원화기준수익률’은 9.10%, ‘헤지 전 원화기준 수익률’은 8.18%로 나타났다. 헤지를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 모두 원화기준 최종수익률이 달러기준 수익률보다 낮아졌다. 이 기간에 환헤지 효과는 0.92%포인트(9.10%-8.18%)로, 원화기준 수익률(9.10%)의 10%가량을 환헤지가 기여했다. 해외주식부문은 해외채권에 견줘 환헤지 효과가 현저히 낮았다는 얘기다.

반면 해외주식투자자산에 대해 100% 환오픈 상태였던 시기(2017~2021)를 보면, 최근 3개년(2019~2021년)의 경우 달러기준 수익률이 21.18%인데 원화기준 수익률은 23.88%로 환율효과가 2.70%포인트였다. 즉 시장 환율(원화 가치 약세)이 원화기준 최종수익률에 11.3%가량 기여했다. 다만 이를 5개년(2017~2021)으로 확장하면 이 기간의 달러기준 수익률은 15.78%, 원화기준 수익률은 15.34%로 시장 환율효과는 오히려 -0.4%포인트였다. 최종 수익률 중에서 2.8%가량을 환율이 까먹은 것이다. 요컨대 해외주식에서는 해외채권에 비해 환헤지 효과 및 시장 환율효과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설명회에서 “연기금이 (해외투자자산) 장부가로 (달러 기준)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단기간에 노후자산이 커지는 게 아니다. 나중에 회수해 갖고 올 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노후자산(연기금)을 보호하려면, 환율로 이익을 보면 헤지도 하고 여러 다양한 것을 해서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위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해외채권 투자의 경우엔 맞는 말이지만 해외주식에선 헤지가 실질적 성과 개선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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