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오는 10월 수사·기소 분리를 앞두고 검찰의 직접수사가 사실상 멈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민생·경제범죄 수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치·권력형 사건과 달리 정치색이 옅은 사건에 수사 역량이 집중되는 흐름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청 해체 이후 검찰이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올해 초 비상계엄 선포 관련 수사 외에 정치권 사건에 대한 수사개시를 극도로 자제해왔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수사·기소분리가 공식 추진됐고 지난 9월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련 수사에 나섰다가 불필요한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기류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민생·경제범죄 수사는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2부(부장검사 김봉진)는 홈플러스 사태 관련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겨냥한 강제수사를 전방위로 벌였고 김병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 또한 설탕 가격담합 사건에 이어 밀가루 가격담합,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설비장치 입찰담합 등 설탕, 밀가루, 전기요금과 같이 민생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담합사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설탕담합 사건의 경우 전속고발권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없이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두 달 만에 대표급 임원까지 구속기소하는 등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했다.
이들 사건은 공통적으로 정치권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고 국민생활과는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범죄라는 특성을 갖는다. 실제 중앙지검 지휘부는 지난 8월 차장·부장검사 인사 이후 구성원들에게 "무색무취(정치색이 옅은) 사건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적극적인 수사는 일부 부서에만 국한돼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청 폐지가 확정되면서 역대 최다 규모로 검사들이 퇴사하고 있고 3대 특검에 100명이 넘는 검사들이 파견되면서 인력부족이 매우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장기미제 사건이 폭증하면서 다수 부서에서는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업무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수사에 나설 여력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검찰 내부에서 수사 온도차가 뚜렷해지는 모습은 향후 수사기소 분리 이후 검찰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는 시각도 있다. 공직자, 선거와 같은 정치·권력형 수사는 내려놓더라도 일부 민생경제 범죄 수사는 제한적인 형태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과거처럼 광범위하게 수사권을 행사하는 대신 특정 전문분야에 특화된 형태로 역할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은 그동안 금융·증권·공정거래·조세 등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아직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보완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논의가 구체화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조직 설계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인정여부에 따라 각 조직별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조만간 대략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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