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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하자" 지선에 꿈틀댄다…정청래 앞에 놓인 '친문'

중앙일보 하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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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하자" 지선에 꿈틀댄다…정청래 앞에 놓인 '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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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수박’으로 낙인 찍혀 은인자중하던 더불어민주당 구(舊) 친문재인계가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강성 친이재명 당원인 ‘개딸’이 비명계를 일컫는 멸칭이다. 지난해 ‘비명횡사’ 공천 속에서 소수가 의원직을 유지했고, 그 중 극소수가 대선 전부터 친명계로 탈바꿈해 입각하기도 했지만 다수는 당내에서 별다른 존재감 없이 의정활동을 해왔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들 중 일부가 광역단체장 후보 도전 등을 통해 각자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와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와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청와대에서 정책조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을 지낸 김영배(재선·서울 성북갑) 민주당 의원은 16일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 앞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다. 재선(2010~2018년) 성북구청장을 역임한 김 의원은 15일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일자리 집중에 따른 서울 외곽과 중심부 간의 격차가 시민의 ‘시간 격차’로 이어지는 시간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며 “현장에서 검증된 행정력과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을 제대로 바꾸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 코어 그룹이었던 ‘부엉이모임’ 출신 권칠승(3선·경기 화성병) 민주당 의원은 최근 경기지사 출마 뜻을 굳히고 내년 1월 중 공개할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의원을 거쳐 2016년 원내에 입성한 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으로 일한 고민정(재선·서울 광진을)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했으나 최근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시계방향으로)와 박수현 수석대변인, 한정애 정책위의장,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9월 25일 정부조직법 처리를 예고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야 협상에 들어간 김병기 원내대표를 기다리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시계방향으로)와 박수현 수석대변인, 한정애 정책위의장,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9월 25일 정부조직법 처리를 예고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야 협상에 들어간 김병기 원내대표를 기다리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계의 정중동은 원외에서도 포착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대통령직속지방시대위원장, 문 전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각각 경남지사, 울산시장 재도전이 유력하다. 송 전 시장의 경우 지난 8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지난 10월 지역 사업가 뇌물 수수 혐의 재판에서 연달아 무죄가 확정된 뒤 울산시민들과 접면을 늘려가는 중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민주당에 다른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진영 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라며 “당내 과도한 충성 경쟁과 ‘내란 청산’ 기조의 유지는 더는 유익하지 않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한국 정치가 팬덤화하고 양극화한 데에 친문계의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과거엔 욕먹을까 봐 입 열기를 주저했다면, 지금은 조금씩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부 있다”고 전했다.


고개를 숙였던 범친문계는 정청래 지도부에 대거 합류하면서 기력을 회복중이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 장관을 지낸 한정애 정책위의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수석대변인, 문재인 정부 청와대 연설비서관이었던 신동호 당대표메시지실장 등이다. 최근 박 대변인 등의 천거로 정 대표가 임명한 이재영 민주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뒤 민주당에 영입된 인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역임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의 남편이다. 현재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에서도 친명 외곽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인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이 컷오프되고 친문계인 변성완 시당위원장이 당선됐다.


당 안팎에는 정 대표가 부족한 당내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친문계 인사를 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친문계 사이에서도 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적잖아 친문계 전반이 정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친청·반청 구도도 부담스러워 하는 정 대표 입장에서 친명계 대신 친문계와 밀착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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