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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보다 어려운 이 대통령의 '6대 개혁'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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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보다 어려운 이 대통령의 '6대 개혁'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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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당사자 많은 구조개혁 난제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 풀기만 하는 무책임한 포퓰리스트."

보수 야권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반전이다. 이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부터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6대 분야 개혁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부분 미래 세대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꼽히는 과제들이다. 당장의 유권자 입맛을 좇는 인기 영합 포퓰리즘과는 상극이다. 구조개혁은 오히려 보수 세력이 중시했다. 물론 역대 보수 정부도 이해 당사자의 반발에 밀려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구조개혁은 사법부·검찰 개혁과 같은 권력기관 개혁보다도 한층 난도가 높다고 한다. 법원, 검찰 개혁은 목숨 걸고 반대할 이해 당사자 수가 얼마 안 된다. 반면 구조개혁은 영향받는 대상자 범위가 훨씬 넓다. 예컨대 연금개혁은 수급 개시 연령을 앞둔 50~60대가 전부 촉각을 곤두세울 사안이다. 노동개혁은 호봉제 적용을 받는 정규직 근로자들이 모두 개혁 대상이 될 수 있고, 공공개혁은 공공분야 종사자들이 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 한마디로 정치인에게 다음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는 난제다. 특히 6대 개혁 대상 중엔 현 여당 지지층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통령에게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지지층이 좋아하는 권력기관 개혁은 열심히 했지만 구조개혁에는 열의가 덜했다. 그가 임기 말까지 지지층 중심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비결을 여기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출발 단계긴 하지만 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보다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고 보는 이유다.

물론 박수 치기는 이르다. 개혁 과제별로 각론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연금 개혁이냐, 어떤 노동 개혁이냐에 따라 함의는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개혁 과제가 6개나 되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한정된 국정 동력을 감안하면 구조개혁은 임기 중 한두 개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6개나 펼쳐두고 선택과 집중이 될지 의문이다. 그러다 보니 6대 개혁 과제의 표기 순서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이해 당사자 반발이 그나마 덜한 규제·금융 개혁 정도만 실현되고 나머지 과제는 흐지부지 묻히는 수순이 아니겠냐는 의심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결심이 단단히 선 듯하다. 국무회의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 입법 과정에서 약간의 갈등과 부딪힘이 있더라도 국민 뜻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해 나가야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개혁) 그런 걸 하지 않으면 대체 뭘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실제 구조개혁 성과로 이어진다면 포퓰리스트라는 평가는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