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월 5일 연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의 첫 인도 방문이자 4년 만의 정상 회담이다. 이번 회담은 인도와 러시아가 60년 넘게 쌓아온 '총과 석유의 역사'를 제재와 신냉전 구도에 맞게 다시 짜는 자리였다. 푸틴의 해외 행보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인도를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상징성이 크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을 잃어가고, 인도는 고성장·고물가 속에서 값싼 에너지와 안정적 무기 조달이 절실하다.
이번 협상에서는 미사일 추가 도입 및 공동생산, 인도 내 방산 R&D와 제조 협력 강화, 원자력·핵심 광물·고기술 제조 협력 확대를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인도-러시아(RuPay-Mir) 카드 결제 연동과 같은 탈달러 결제 실험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현재의 600억 달러인 교역을 2030년까지 1,000억 달러로 늘리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2023~2024년 양국 교역은 약 686억 달러인데, 대러 수출은 49억 달러에 그치고 나머지는 석유와 무기수입이다. 특히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2년 이전 2% 미만이었으나, 2024년에는 전체 수입의 40% 안팎까지 급증했다. 푸틴은 인도에 대한 ‘중단없는 원유 공급’을 약속했다.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2025년 12월 5일 인도 뉴델리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열린 대표단급 회담 후 공동 성명 발표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월 5일 연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의 첫 인도 방문이자 4년 만의 정상 회담이다. 이번 회담은 인도와 러시아가 60년 넘게 쌓아온 '총과 석유의 역사'를 제재와 신냉전 구도에 맞게 다시 짜는 자리였다. 푸틴의 해외 행보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인도를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상징성이 크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을 잃어가고, 인도는 고성장·고물가 속에서 값싼 에너지와 안정적 무기 조달이 절실하다.
이번 협상에서는 미사일 추가 도입 및 공동생산, 인도 내 방산 R&D와 제조 협력 강화, 원자력·핵심 광물·고기술 제조 협력 확대를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인도-러시아(RuPay-Mir) 카드 결제 연동과 같은 탈달러 결제 실험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현재의 600억 달러인 교역을 2030년까지 1,000억 달러로 늘리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2023~2024년 양국 교역은 약 686억 달러인데, 대러 수출은 49억 달러에 그치고 나머지는 석유와 무기수입이다. 특히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2년 이전 2% 미만이었으나, 2024년에는 전체 수입의 40% 안팎까지 급증했다. 푸틴은 인도에 대한 ‘중단없는 원유 공급’을 약속했다.
인도·러시아의 총과 석유 역사는 1962년 중·인 전쟁에서의 인도 패배로 시작됐다. 인도는 서방에서 충분한 무기를 얻지 못하자 전차·전투기·잠수함을 소련제로 채웠고,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도 인도–소련 우호협력조약이 버팀목이 됐다. 두 차례 오일 쇼크에서는 소련 석유 수입과 루피–루블 상계무역으로 달러 없이 에너지를 조달했다. 2000년대 이후 '총'은 공동생산·기술 이전으로 진화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끌어올려 값싼 원유라는 새로운 축을 더했다. 이런 협상에 대해 미국은 의외로 조용하다. 트럼프 식 강압 외교로 인도를 러시아쪽으로 더 밀어 붙여 대중견제에 균열에 대한 우려만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는 대러 방산·원유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인도는 이번 협상을 통해 러시아를 '관리 가능한 최대 공급원'으로 재조정하면서 새 공급망 대안을 찾고 있다. 동시에 인도는 러시아가 완전히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로 고착되는 것을 막아 주는 중국 견제의 완충 역할도 한다. 인도와 러시아의 총과 석유의 긴 역사 속에서 한국도 '러-인-중국'을 동시에 견제하고 협력해야 하는 시대에 걸맞은 방산 및 에너지 확보 전략이 요구된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