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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도서관, 붕괴층 콘크리트량 34% 늘렸다”…‘기둥간격 48m’ 시공사 무경험

중앙일보 최경호.황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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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도서관, 붕괴층 콘크리트량 34% 늘렸다”…‘기둥간격 48m’ 시공사 무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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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뉴스1

지난 11일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상무지구)의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뉴스1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와 관련해 콘크리트 타설량이 애초 설계됐던 양보다 많이 늘어난 게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대표도서관 시공사인 구일종합건설은 지난달 17일 발주처인 광주시종합건설본부에 “타설할 콘크리트 양을 늘려달라”는 실정보고를 했다. 실정보고는 공사 현장에서 설계변경이 필요할 때 시공사가 발주처에 사전 보고하는 절차를 말한다.

당시 시공사는 이번에 붕괴사고가 난 지상 1과 2층(옥상층)에 타설할 콘크리트를 632㎥에서 853㎥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기존 설계상으로는 2층 상부에 100㎜ 수준의 콘크리트만 반영돼 있어 외단부(外端部)를 채울 콘크리트가 더 필요하다는 게 골자였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구조도. 사진 광주광역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구조도. 사진 광주광역시



이에 광주시종합건설본부 측은 콘크리트 양을 221㎥(34.9%)를 늘려 승인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애초의 설계보다 콘크리트 양이 늘었다면 하중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하중을 견딜 구조 보강 및 변경 검토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현장 검증 등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종합건설본부 측은 “당초 콘크리트 양이 적게 산정돼 있는 오류가 있어 콘크리트 양을 늘려 정상 물량으로 맞춘 것”이라며 “물량 내역 오류나 설계변경 등은 종종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대표도서관 조감도. 사진 광주광역시

광주대표도서관 조감도. 사진 광주광역시


일부 전문가들은 “(붕괴 현장에서) 공사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공법이 시도된 것 같다”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시공사 측이 이번 공사 현장에서 기둥 간 간격이 48m에 이르는 대규모 ‘장스팬’ 공사는 처음 해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시공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에는 건물의 ‘경간(Span·스팬)’을 길게 설계한 ‘장스팬 지지 PC거더 공법’이 적용돼 건물 천장과 상판을 데크 플레이트(Deck Plate)로 시공 중이었다. 데크 플레이트는 철골 기둥에 철근자재를 용접해 지지대(동바리)를 세우지 않고 콘크리트 타설이 가능한 공법이다.

앞서 광주시는 2019년 11월 광주대표도서관 국제 현상 설계 공모를 통해 세르비아 건축사 ‘브러니슬라프레딕’의 작품을 선정했다. 이후 광주시는 설계자의 디자인 의도를 구현하고 외관의 미적 기능을 높이기 위해 ‘장스팬 지지 PC거더 공법’을 적용키로 하고 2021년 10월 입찰 공고를 냈다.


경찰과 노동당국 등은 정확한 붕괴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 감식에 나선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오는 16일 오후 2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한다. 이들 기관은 건축공학·구조기술 분야 전문가 등과 함께 붕괴된 건물의 구조적 결함과 관계자들의 과실 여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4명에 대한 발인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붕괴 사고로 숨진 A씨의 발인이 진행된 데 이어 오후에는 또 다른 희생자 B씨의 발인이 이뤄졌다. 서울의 장례식장으로 빈소를 옮긴 C씨의 발인은 오는 17일 진행되며, 광주의 장례식장에 안치된 D씨의 장례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1시58분쯤 옥상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해 지하 1층~2층(옥상층)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근로자 4명이 매몰돼 숨졌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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