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63)는 최근 '장기 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대여하려다 거절당했다. 60대 이상 여성은 고객으로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10년간 차를 운전하면서 교통사고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70대 이상이면 모를까, 60대는 아직 운전에 무리 없는 나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5일 매일경제가 해당 렌터카 업체에 문의한 결과 이 업체는 '60세 이상 여성·65세 이상 남성'에게 차량을 대여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렌터카 관계자는 "최근 고령 운전자들의 대형 사고가 많아서 회사 내규에 따라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은 렌터카 업체들 가운데 고객 연령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고령 운전자 안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는 비고령 운전자에 비해 도로 위 돌발 상황에서 반응 속도가 늦어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비고령자의 브레이크 반응 시간은 1.20초인 반면, 고령자의 반응 시간은 2.28초였다.
소비자원은 특히 "고령 운전자는 비고령 운전자에 비해 신체 반응이 늦기 때문에 도로 위 돌발 상황에서 당황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가 연루된 사고도 있다. 지난달 13일 경기 부천의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 김 모씨(67)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4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택시기사인 70대 B씨가 페달을 잘못 밟는 바람에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일본인 부부의 딸이 숨졌다. 이런 까닭에 인터넷 등에서는 "고령층은 반사신경이 느려 교통사고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통계를 보면 60대 이상의 교통사고 비율이 반드시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연령별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0년까지만 해도 50대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4만9309건으로 60대 운전자(3만8664건)보다 많았다.
지난해에는 60대 운전자의 사고 건수가 4만497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50대 운전자(4만2667건)와 큰 차이는 없었다. 70세 이상 운전자의 가해 건수는 2020년 1만6156건, 2024년 2만1944건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대형 사고에서는 고령층의 가해 비중이 큰 게 사실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지난해 대형 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50건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일으킨 사고 건수가 34%(17건)로 가장 많았다. 대형 사고란 사망자 3명 이상, 사상자 20명 이상을 발생시킨 사고를 말한다.
다만 보험업체들은 60세가 아닌 70세 이후를 교통사고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22년 발표한 '고령 운전자 연령대별 교통안전대책 합리화 방안'에서 사고 위험도는 65~69세 구간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한 뒤 80~84세 구간에서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까닭에 대형 렌터카 업체들은 70대 이상 고령자에게만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롯데렌탈은 대여일 기준 만 80세 이상의 고령층만 일일 단기 대여나 보험대차 운전이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SK렌터카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차종에 따라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서 연령 제한 기준을 '60대'로 두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박 모씨(58)는 "주변에도 60대 이상 운전자들은 운전 실력이 준수하다"며 "70대 이상부터 제한을 두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령 정책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 오히려 렌터카 업체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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