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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옮겨 집권초부터 軍과 밀착···美 대선 틈타 '불법 계엄'

서울경제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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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옮겨 집권초부터 軍과 밀착···美 대선 틈타 '불법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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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계엄 재구성]
계엄 준비 맞춰 대통렬실·관저 이전
김용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논의
총선 이후 종북몰이로 위기감 조성
"한동훈 잡아와라" 정적 제거도 노려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최소 1년 이상에 걸쳐 군 인사, 위기 상황 조성 시도 등이 단계적으로 전개된 조직적·계획적 불법 행위였다고 결론 내렸다. 또 비상계엄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입법·사법 권력까지 독점·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3일로 계엄 날짜가 낙점된 데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취임 전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15일 열린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은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비상계엄 구상 시점을 지난해 3~4월로 추정했으나 특검팀은 이보다 훨씬 앞선 시점부터 계엄 준비가 단계적으로 진행된 정황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조 특검은 또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인했으나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계획이 무산됐다”며 “이후 윤 전 대통령 등은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치 활동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실·관저 이전 역시 계엄 준비 과정과 맞물려 있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은 청와대로 복귀하지 않고 대통령실을 합동참모본부 청사 바로 옆 국방부 청사로 옮겼고 관저는 한남동으로 이전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군 지휘부와 같은 군 기지 내에 위치하게 됐다”며 “대통령과 경호처장 지척에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공관 등 주요 군 지휘부 공관이 자리하면서 대통령과 군이 밀착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계엄 준비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과 수시로 접촉하며 계엄을 준비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부터 압수한 수첩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휴대폰 메모,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2024년 4월 총선 훨씬 이전부터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과 비상계엄을 순차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해온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군 인사 역시 계엄 준비 흐름과 맞물려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 준비 단계였던 2023년 10월 군 인사를 앞두고 주요 요직에 윤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장성들이 배치됐다는 것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과 여 전 사령관 등을 승진시켰다.

총선 이후를 전제로 한 계엄 논의도 계속 이어졌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등은 비상계엄 시기를 총선 이후로 정해두고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계엄을 결행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군사령관들을 상대로 정치 상황을 종북좌파 등에 의한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며 군의 역할 필요성을 강조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또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김 전 장관(당시 경호처장)에게 계엄 반대 의사를 밝히자 윤 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김 전 장관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아울러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인할 목적으로 2024년 10월부터 비정상적인 군사작전을 실행했으나 북한이 우크라이나 파병 등으로 무력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계획은 성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행태에서도 같은 인식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비상대권이 있다. 총살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싹 쓸어버리겠다”며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2024년 10월 1일 군사령관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한동훈(국민의힘 전 대표)을 잡아오라.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특검팀은 국민의힘이 참패한 지난해 4월 총선 결과와 관련해서도 “윤 전 대통령 등은 이를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로 조작하기 위해 그에(고문 등) 사용할 목적으로 사전에 야구방망이와 송곳·망치 등 도구를 준비했다”고 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북한의 무력 도발 유도에 실패한 뒤 군을 통해 입법·사법권을 장악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해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2024년 12월 전후의 정치 상황을 국정 마비로 내세워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제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이날 12·3 비상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한 국군정보사령부 요원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2년과 2490만 원 추징을 선고했다.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 가운데 첫 선고다. 재판부는 민간인 신분이던 노 전 사령관이 제2수사단(부정선거 의혹 수사단)을 구성할 목적으로 군사 정보를 제공받고, 진급을 도와주겠다며 군 장성들로부터 금품을 요구해 받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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