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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사망' 호주 총격은 반유대 범죄… 범인 2명은 부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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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 사망' 호주 총격은 반유대 범죄… 범인 2명은 부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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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어린이·홀로코스트 생존자 등 숨져

시민들이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 총격 사건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을 놓은 뒤 포옹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시드니= AP 연합뉴스

시민들이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 총격 사건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을 놓은 뒤 포옹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시드니= AP 연합뉴스


16명이 사망한 호주 시드니 해변 총격 사건 용의자 2인조가 부자(父子) 관계로 확인됐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깃발이 발견돼, 이번 사건이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희생자 가운데는 10세 소녀와 87세 홀로코스트(2차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 생존자도 포함됐다.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 총격 사건 용의자인 사비드 아크람(왼쪽). 호주 세븐뉴스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 총격 사건 용의자인 사비드 아크람(왼쪽). 호주 세븐뉴스


IS 관련성으로 조사받기도


15일 호주 현지 세븐뉴스 등에 따르면 시드니 본다이비치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행사 도중 총격을 벌인 용의자는 사지드 아크람(50)과 그의 아들 나비드 아크람(24)으로 밝혀졌다. 범행 중 경찰에 의해 사살된 사지드는 2015년부터 총기 면허를 보유해 6정의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비드는 범행 도중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합동대테러팀은 이들의 차량에서 IS 깃발을 발견했고, 이들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호주안보정보원(ASIO)이 6년 전 나비드를 조사한 이력도 확인됐다. 나비드는 2019년 시드니에서 테러를 모의하다 체포된 용의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의심돼 6개월가량 조사를 받았다.

다만 호주 정보기관은 당시 나비드를 고위험 인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마이크 버지스 ASIO 국장은 호주 공영 ABC방송에 “(나비드는) 우리에게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즉각적인 위협으로 간주되지는 않았다”며 “이번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크람 부자는 지역사회에서도 겉돈 것으로 보인다. 한 이웃은 세븐뉴스에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누구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나비드가 자택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봤다는 다른 주민은 “아주 조용한 사람들이었다.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호주 정보기관은 이번 사건과 이란 정부의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8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주 내 유대인을 겨냥해 방화 사건 2건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호주 주재 이란 대사를 추방했다.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의 임시 추모소에서 한 여성이 총격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꽃다발을 놓고 있다. 전날 발생한 본다이비치 유대인 행사장 총기 난사로 희생자 수는 어린이 1명 포함 16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 수는 40명으로 집계됐다. 시드니=AP 뉴시스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의 임시 추모소에서 한 여성이 총격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꽃다발을 놓고 있다. 전날 발생한 본다이비치 유대인 행사장 총기 난사로 희생자 수는 어린이 1명 포함 16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 수는 40명으로 집계됐다. 시드니=AP 뉴시스


홀로코스트 생존자까지 안타까움 죽음


이번 총기 난사로 사지드를 포함해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당했다. 희생자 중 한 명인 알렉스 클라이트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시베리아의 혹독한 환경을 견뎌낸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확인됐다. 이후 호주로 이주한 그는 아내를 보호하려다 총격을 맞고 숨졌다. 10세 여자 아이와 유대교 지도자 랍비도 목숨을 잃었다.

‘총기 규제 모범 국가’로 꼽혔던 호주 사회는 이번 테러로 큰 충격에 빠졌다. 호주는 1996년 35명이 사망한 ‘포트아서 총기 참사’ 이후 반자동 소총과 산탄총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총기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불붙을 전망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어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순수한 악행이자 반유대주의 행위였다”며 “기쁨과 가족 모임, 축하 행사로 유명한 본다이비치에서 벌어진 테러 행위였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