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쿤이 진열된 술들을 마시면서 매장이 난장판이 됐다. 뉴욕포스트 |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주류 판매점에 침입해 술에 취한 채 발견돼 화제를 모은 라쿤이 인근 상가를 여러 차례 드나든 ‘상습 침입범’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하노버 카운티 동물보호국은 지난달 말 주류 판매점에서 발견된 라쿤이 같은 쇼핑센터 내 다른 상점에도 반복적으로 침입했던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노버 카운티 동물보호국 직원 서맨사 마틴은 최근 현지 팟캐스트에 출연해 “주류 판매점과 같은 건물에 있는 무술 도장과 차량관리국(DMV) 사무실에 침입했던 라쿤과 동일 개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자 봉지 등 흔적이 남아 있었고, 해당 건물로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는 매우 영리한 개체”라고 설명했다.
이 라쿤은 지난달 29일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의 한 주류 판매점에 침입해 럼·위스키·보드카 등 주류 14병을 깨뜨린 뒤 술을 마시고 화장실 바닥에서 엎드린 채 잠들어 있다가 발견됐다. 매장 바닥은 깨진 술병과 흘러내린 위스키로 흥건한 상태였으며, CCTV에는 라쿤이 매장을 돌아다니는 모습도 담겼다.
동물보호국이 현장에서 라쿤을 구조한 뒤 관련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면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이른바 ‘만취 라쿤’ 사진은 밈(meme)처럼 퍼졌고, 이를 활용한 티셔츠·텀블러 등 굿즈 판매로 15만~20만 달러(약 2억~2억90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모금액은 하노버 카운티 동물 보호소 시설 개선과 수의 서비스 확대 등에 쓰일 예정이다.
라쿤이 발견된 주류 판매점은 ‘만취 라쿤’을 콘셉트로 한 칵테일을 출시했고, 지역 상점들은 라쿤 스티커를 찾는 이벤트를 여는 등 지역 축제로까지 번졌다.
동물보호국은 충분한 휴식 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해당 라쿤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당국은 “야생 라쿤과의 접촉은 광견병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지에서는 이 라쿤을 두고 ‘취한 라쿤’ ‘지역 비공식 마스코트’라는 별칭이 붙으며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