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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통증주사만 1124방···건보 줄줄 샜다

서울경제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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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통증주사만 1124방···건보 줄줄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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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2020~2024년 신경차단술 시행 현황 분석
작년 총진료비 3조3000억 육박···5년새 2배 이상 ↑
잦은 시술, 방사선 노출 위험성 증가···암 위험도 높여


경추간판장애(목디스크)와 함께 등, 팔 등 각종 신경병증성 통증을 호소하던 A씨는 지난해 의료기관을 747번 찾았다. 1년간 하루 평균 2.0곳을 돌며 7종의 신경차단술을 무려 1124회 받았고, 시술 비용으로 6700만 원을 썼다.

B씨는 지난해 C병원을 105번 찾아 총 347회의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사흘에 한 번꼴로 출석도장을 찍은 셈인데, 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의 장애와 대상포진에 해당해 총 15회로 제한된 급여 산정 기준의 예외적용을 받았다. 이 병원은 환자 1인당 ‘척수신경총·근·절차단술’ 시행건수가 16.73회, ‘뇌신경·뇌신경말초지차단술’이 8.19회로 전체 시행기관 평균치보다 각각 4.3배, 3.9배 많이 시행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0~2024년 요양기관에서 통증 조절을 위한 신경차단술 시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동일 기간 건강보험 총 진료비의 증가 경향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2024년 965만 명의 환자가 총 6504만 건의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그에 따른 진료비 지출액은 3조2960억 원으로 2020년 1조6267억 원보다 2.03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건강보험 총진료비가 86조7000억 원에서 116조2000억 원으로 1.34배가 된 것보다 증가폭이 훨씬 가파른 것이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과 주위 조직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 치료 약물을 넣어 통증을 줄이고 주변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치료법이다. 드물게 감염·출혈·신경 손상·이상 감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약물 투여나 추가 시술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 8월 강원도 강릉의 한 의료기관에서 통증 완화 신경차단술 등 허리시술을 받은 후 8명이 극심한 통증과 두통, 의식 저하, 발열 등의 증상을 보였고, 그 중 1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최근 5년간 요양기관 종류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요양기관에서 신경차단술 진료비가 늘었는데 특히 의원급은 가장 높은 216.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신경차단술 8종 중에선 '척수신경총, 신경근 및 신경절차단술'이 가장 많은 3060만 건 시행됐다. 증가폭이 가장 큰 신경차단술은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차단술'로 2020년 11만건에서 지난해 25만건으로 5년새 234.1% 늘었다.


공단은 이들 두 시술이 일부 부위에 방사선을 이용한 투시 장치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너무 자주 시술을 받으면 방사선 노출 위험성도 함께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추정 유효선량이 100mSv를 초과하면 암 발생 위험이 0.5%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신경차단술 1건당 평균 5∼10분을 시술하면서 최대 1분간 방사선에 피폭된다고 가정할 경우 환자는 0.034∼0.113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을 쬐게 된다. 작년 기준 최다빈도 시술 환자인 A씨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 추정치는 38∼127mSv로, 8년간 이 같은 행태를 지속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5% 증가할 수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는 이토록 과다한 신경차단술이 국소마취제 및 부신피질호르몬제 관련 부작용, 시술 관련 감염, 신경 손상, 혈종 형성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적 방사선량으로 인한 발암 위험 증가 뿐 아니라 근본적인 치료 없이 통증 완화에만 의존하는 심리적 문제도 건강에 위해할 수 있다고 봤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주요한 질환에 대한 의료 이용을 분석해 과잉 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고 표준 진료 지침 등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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