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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이미 땅도 사뒀다…100조 '한일 해저터널' 목매는 이유

중앙일보 백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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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이미 땅도 사뒀다…100조 '한일 해저터널' 목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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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2인자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정치권에 로비한 주요 사안은 ‘한일 해저터널’이다. 통일교는 45년 가까이 ‘한일 해저터널’ 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100조 원이 훌쩍 넘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양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다. 통일교는 왜 ‘한일 해저터널’을 집요하게 추진하는 걸까.

◇아담의 국가, 하와의 국가=1981년 문선명 총재는 ‘국제 평화 고속도로’ 구상을 발표했다. 도쿄-서울-평양-베이징-모스크바-런던-뉴욕 등 세계를 하나의 고속도로망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 출발점이 ‘한일 해저터널’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바다 밑 터널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문선명 총재는 아담 국가인 한국과 하와 국가인 일본을 하나로 맺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일 해저터널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포토

문선명 총재는 아담 국가인 한국과 하와 국가인 일본을 하나로 맺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일 해저터널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포토



문 총재는 한국을 ‘아버지의 나라’, 일본을 ‘어머니의 나라’라고 불렀다. 종교적으로 한국은 ‘아담 국가’라고 봤다. 하나님의 섭리가 시작되는 중심 국가이자, 메시아가 탄생한 종교적 종주국이다. 반면 일본은 ‘해와(하와) 국가’라고 불렀다. 아담을 보필하고,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어머니 역할을 하는 국가다.

남편과 아내가 몸을 섞어야 새 생명을 낳듯, 갈라진 한국과 일본이 해저터널을 통해 물리적으로 연결돼야만 새로운 문명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탕감복귀(蕩減復歸)=통일교 교리에서 죄를 씻는 행위를 ‘탕감’이라고 부른다. 죄를 씻고 하나님의 영역으로 돌아오는 걸 ‘복귀’라고 부른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한국을 핍박했으니, 그걸 씻기 위해서는 말로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축복을 한국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일본 통일교 신자들의 헌금이 한일 해저터널 사업을 위한 부지 매입이나 조사 비용에 투입된 배경이기도 하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막대한 예산에 어려운 공사=한일 해저터널은 일본 사가현 가라쓰에서 부산이나 거제도를 잇는 사업이다. 실제로 통일교는 가라쓰 등지에 땅을 매입하고, 탐사 목적으로 일정 구간 터널을 뚫어 놓았다. 일본 통일교 신자들이 이곳을 견학하면, 한일 해저터널이 실질적 사업이라고 믿기 쉽다.


전문가들은 “한일 해저터널 사업의 현실성은 높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100조 원을 훌쩍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공사의 난이도는 무척 높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은 총 길이가 50㎞, 해저 구간은 38㎞에 불과하다. 한일 해저터널은 최소 200㎞(해저 구간 약 140㎞)에 달한다. 영불 터널의 4배가 넘는 길이다. 게다가 대한해협의 수심은 최대 220m에 달해 수압이 무척 높다. 지진 화산대가 지나가는 단층 지대라 지진의 위험성도 있다.

◇부산 정치권 로비 의혹=‘한일 해저터널’은 문선명 총재가 계획을 발표한 이후, 통일교의 지상 과제이자 숙원 사업이 됐다. 막대한 예산과 각종 인허가 문제로 통일교 단독 추진은 불가능하다. 결국 한일 양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에서 출발한 해저터널은 결국 부산에 닿는다. 통일교에게 부산은 사업의 사활이 걸린 곳이다. 최근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임했다. 2017년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은 시 자체 예산으로 ‘한일 해저터널’의 기초연구 학술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이때 전재수 전 장관은 부산 지역 국회의원이었다.

2021년 부산 시장 보궐선거 때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방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하며,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박형준 당시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당의 방침을 수용하다가 민주당의 “친일 공약”이란 비판에 직면하자 “경제적 타당성 조사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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