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아시아경제 언론사 이미지

"자녀 100명 대리모로 낳았다" 아이 1명당 '3억'…머스크 따라하는 中 재벌들

아시아경제 방제일
원문보기

"자녀 100명 대리모로 낳았다" 아이 1명당 '3억'…머스크 따라하는 中 재벌들

속보
뉴욕증시 일제 상승 출발…다우지수 0.4%↑
중국 게임재벌, 법원서 친권신청 기각돼
SNS서 '이미 100명 이상' 주장도 나와
중국의 억만장자들이 미국 대리모를 고용해 수십 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미국 태생 자녀를 두면서 시민권 제도와 윤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해외 출산이 이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부유한 가족 제국'을 모방하려는 욕망으로 변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펙셀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펙셀스


15일 연합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최근 중국의 재벌이 미국 대리모 산업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일부 사례를 소개했다. 앞서 지난 2023년 중국 온라인 게임 업체 둬이네트워크(Duoyi Network)의 창업자 쉬보(Xu Bo)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가정법원에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네 명의 자녀에 대한 친권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조사 과정에서 쉬보가 이미 여덟 명 이상의 자녀를 대리모를 통해 얻었거나 출산을 진행 중이며, 가업 승계를 위해 미국 국적의 아들 20명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공개 재판에 화상으로 출석한 쉬보는 통역을 통해 "미래에 사업을 물려줄 미국 태생 자녀 20명 정도를 원한다"며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를 선호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일부 자녀는 중국 입국 관련 서류를 기다리며 유모의 손에서 양육되고 있었고, 쉬보는 "업무가 바빠 아직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담당 판사는 쉬보의 계획이 일반적인 양육 목적이라기보다는 아이를 '수집'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앞서 쉬보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전 여자친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쉬보가 여러 나라에 300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둬이네트워크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해당 수치는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수년간의 노력 끝에 100명 조금 넘는 자녀를 두고 있다"고 밝혀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정교화된 산업으로 진화, 1인당 최대 3억원 비용
쉬보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WSJ은 중국 쓰촨성에 기반을 둔 한 교육 대기업 임원 왕후이우(Wang Huiwu) 역시 미국 모델 등의 난자를 구매해 대리모를 통해 10명의 딸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왕후이우가 장차 자신의 딸들을 권력 있는 남성과 결혼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는 대리모 제도 등을 통해 최소 14명의 자녀을 슬하에 두고 있다. 일론 머스크 X(엑스)

일론 머스크는 대리모 제도 등을 통해 최소 14명의 자녀을 슬하에 두고 있다. 일론 머스크 X(엑스)


이 외에도 중국의 여성 고위 임원, 고령의 부모, 동성 커플 등 다양한 계층이 미국 대리모 시장을 찾고 있다. 이들은 중국 내 대리모 금지 규제를 피하면서도 잠재적인 법적·정치적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막대한 재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미국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중국으로 데려오기까지는 대리모 알선, 법률 자문, 의료 서비스, 출산, 유모 고용, 비자 발급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내에는 이미 이러한 과정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거대한 '대리모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중국 부모가 미국에 직접 입국하지 않고도 미국 태생 자녀를 얻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 드는 비용은 아이 한 명당 최대 20만 달러(약 2억9500만 원)에 달한다.


중국 부유층이 미국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른 출생 시민권 획득과 중국 내 대리모 불법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가 도를 넘어서자 미국 내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릭 스콧 상원의원은 중국을 포함한 일부 외국인의 미국 내 대리모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 또한 중국 부모와 연계된 대리모 사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