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엄정화씨가 주인공으로 열연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재밌게 봤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어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차정숙이 20년 만에 레지던트 1년차로 병원에 복귀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와 남편의 불륜 및 그로 인한 혼외자의 등장까지 가사 사건을 많이 다루는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드라마였습니다.
위 드라마 후반부에 차정숙이 급성 간부전으로 한 달 만에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유일한 적합자인 남편은 본인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간이식을 제안하지만, 차정숙은 모든 것은 본인의 운명이라며 거부하고 주변 정리를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죽지 않는 법! 기적적으로 뇌사자가 나타났고 차정숙은 간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개인 병원을 개원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신문 기사를 통해 위와 같이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사건을 마주했습니다. 남편이 희귀 간 질환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가족 중 아내만이 유일하게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남편과 시댁의 희망과 달리 아내는 자신이 ‘선단 공포증(주사, 바늘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물체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 있어 수술이 어렵다면서 이식을 거부했습니다.
위 드라마 후반부에 차정숙이 급성 간부전으로 한 달 만에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유일한 적합자인 남편은 본인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간이식을 제안하지만, 차정숙은 모든 것은 본인의 운명이라며 거부하고 주변 정리를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죽지 않는 법! 기적적으로 뇌사자가 나타났고 차정숙은 간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개인 병원을 개원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신문 기사를 통해 위와 같이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사건을 마주했습니다. 남편이 희귀 간 질환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가족 중 아내만이 유일하게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남편과 시댁의 희망과 달리 아내는 자신이 ‘선단 공포증(주사, 바늘처럼 날카롭고 뾰족한 물체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 있어 수술이 어렵다면서 이식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아내는 입원한 남편을 지극적성으로 간호했는데, 남편은 이런 아내의 행동이 오히려 위선적이라고 느껴져 투병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폭언하였고, 시부모 역시 며느리를 나무랐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처럼 기적적으로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면서 남편은 다행히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아내가 사실은 선단 공포증이 없고 과거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남편은 아내가 간이식을 거부해 자신을 악의로 유기했고,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간이식을 거부한 배우자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아내가 간이식을 거부한 것이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장기 기증은 신체에 대한 고도의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영역인바,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혼인 파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민법상 부부간 부양의무는 서로 생활을 보장하라는 의미지, 생명을 걸고 희생하라는 뜻까지 포함되진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참고로 위 부부는 결혼 3년차로 슬하에 어린 두 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아내가 이식을 거부한 이유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과 우려가 있었고, 이는 충분히 타당한 사유로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은 1심 판결 후에도 부부 간 갈등은 결국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 자신에게 이혼 사유가 없다며 이혼에 반대했던 아내는 2심에서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2심에서는 누구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재판부는 “간이식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비난하며 부부간 신뢰를 훼손한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보아 아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인터넷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위 판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민법상 부양의무의 성격 등에 비춰 보면 1·2심 판결은 법리상 타당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특히 부부지간에 위와 같은 일이 있었다면, 머리로는 상대방 배우자의 행동이 이해되더라도 야속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잔뜩 추워진 연말 댁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2026년 새해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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