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 브라운대학교 캠퍼스에서 전날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
연말 세계 곳곳에서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호주와 미국에선 1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하고 독일에선 크리스마스 마켓 대상 테러가 사전 발각돼 당국이 조치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호주 경찰은 시드니 본다이 해변 유대인 행사장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 2명이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계 이민자 출신인 부친 사지드 아크람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사살됐다. 아들 나비드 아크람은 중상을 입고 체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친 명의로 총기 6정을 합법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경찰은 현재 이들 외 제3의 용의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사건을 반유대주의 테러로 보고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다. 행사장 주변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범인들의 차량에서 급조폭발물(IED)도 찾아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우리가 목격한 건 순수한 악행이자 반유대적 행위이며 또한 테러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총격범은 14일 시드니 동부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유대교 전통 축제 ‘하누카’ 행사장을 겨냥해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했다. 호주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장에는 약 1000여명의 인파가 모여 있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16명, 부상자는 40여명으로 집계됐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 랍비(유대교 율법학자) 등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 희생자 연령은 10~87세에 걸쳐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용의자 중 한 명을 제압해 총기를 빼앗은 용감한 시민도 나타났다. 43세 과일가게 주인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로, 테러범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팔과 손에 각각 한 발씩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아흐메드의 아버지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아흐메드는 3살과 6살 된 두 딸의 아버지”라며 “우리 아이는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 브라운대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했다. 총격이 발생한 건물은 7층 규모로 100개 이상의 실험실과 수십 개의 강의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총격 사건 당시는 기말고사 기간으로 통로가 개방되어 있어 누구든 제한 없이 건물에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총격 사건 직후 도주한 용의자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로드아일랜드주 경찰당국은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4일 용의자로 의심되는 20대 남성을 체포했다가 곧 석방했다. 오스카 페레즈 미 프로비던스 경찰청장은 “확보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충분한 증거가 없어 석방했다”고 말했다.
12일 독일에선 크리스마스 마켓을 겨냥해테러를 계획한 용의자 5명이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이집트인 1명, 모로코인 3명, 시리아인 1명으로 수사 당국은 ‘이슬람주의’가 범행 모의 동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집트인 용의자는 바이에른주 모스크의 이맘(이슬람 종교지도자)이라고 독일 언론들은 보도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해당 용의자는 “차량을 크리스마스 마켓에 돌진시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여라”고 선동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한 독일은 올해 유사한 테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비를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20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하는 테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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