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뀌어도, 시즌이 이미 중반가량 흘렀음에도 클래스는 가려지지 않는단 사실을 증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사무국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2025시즌 종료와 함께 ‘올해 최고의 영입’ 순위를 발표했다.
손흥민은 2위를 차지했다. 시즌 도중 합류한 선수가 이 순위에 오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MLS는 “손흥민이 시즌 초부터 LAFC에 합류했다면 1위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명단 이면에 숨은 함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해당 평가는 손흥민의 MLS 도전이 얼마나 짧았고 또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실전 공백까지 감안하면 결코 유리한 출발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적응이란 단어를 무색케 했다. 거의 생략시켰다.
LAFC는 손흥민을 위해 MLS 역대 최고 이적료(총액 26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토트넘에서 10년을 보낸 상징적 공격수를 데려오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는 단순한 스타 마케팅이 아니라 팀 방향과 체질을 바꾸겠단 선언에 가까웠다.
수치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큰 변화는 경기 양상이었다. 손흥민이 전방에 서자 상대 수비 라인은 자연스럽게 내려앉았고 LAFC 동료들은 더 많은 공간과 선택지를 얻었다. 공격 중심이 생기자 팀 전체가 살아났다.
데니스 부앙가와 호흡은 특히 위협적이었다. 손흥민의 침투와 결정력, 부앙가의 돌파와 연결이 맞물리며 LAFC는 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 조합을 손에 쥐었다.
MLS 사무국은 “손흥민-부앙가는 리그 최상위 공격 듀오”라고 호평했다. 토트넘 시절 해리 케인과 구축한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숱하게 연출했다.
토마스 뮐러가 이끄는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LAFC는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줘 벼랑 끝에 몰렸다. 그때 손흥민이 나섰다.
후반 두 골을 연달아 꽂아 피치 흐름을 바꿨고 종료 직전엔 직접 얻은 프리킥을 성공시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비록 승부차기 혈전 끝에 탈락했지만 그날 경기 주인공이 누구였는진 미국 축구계 모두가 인지했다.
개인 수상도 잇달았다. 댈러스전에서 터뜨린 프리킥 골은 2025시즌 MLS 올해의 골로 선정됐다.
리오넬 메시, 부앙가 등 쟁쟁한 후보를 차례로 일축했다. MLS 역대 아시아 선수 최초, LAFC 구단 역사상 첫 수상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리그의 대표 하이라이트 필름을 남겼다는 뜻이다.
미국 언론은 손흥민의 ‘경험’을 강조했다. 단순한 득점 기계가 아니라 경기 흐름을 읽고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능력이 LAFC는 물론 MLS 전체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단 평가였다.
리그에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누적 수치와 출전 시간에서 차이가 컸던 만큼 시즌 중반에 합류한 손흥민이 넘기엔 쉽지 않은 벽이었다.
하나 불과 몇 달 만에 2위까지 올라선 사실이 모든 걸 설명한다. MLS 사무국은 “출전 시간이 충분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란 코멘트로 손흥민 순위를 정리했다. 짧았지만 판도를 흔들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는 의미다.
유럽에서 증명한 월드클래스는 미국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손흥민의 MLS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2등이 적힌 성적표는 차기 시즌 더 큰 수확을 향한 예고편에 가깝다.
한국과 A조 수위를 경쟁할 확률이 높은 멕시코는 일찌감치 손흥민 경계령을 내렸다.
현지 매체 '멕시코뉴스데일리'는 14일 "한국은 남아공과 달리 세계 최고 전장에서 활약하는 스타플레이어를 다수 보유했다. 파리 생제르맹(PSG) 미드필더 이강인과 바이에른 뮌헨 센터백 김민재가 대표적"이라면서 "하나 핵심은 손흥민이다. 프리미어리그 레전드인 그는 현재 미국 LAFC에서 뛰고 있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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