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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인재의 비애[ST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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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인재의 비애[ST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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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포스터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포스터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관람 회차 캐스트: 고은성/이규형/민영기/김대호/이지수/박형규/손의완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인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방송국 PD 진석은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이탈리아 유학생 엘레나에게 오래된 비망록 한 권을 건네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망록에서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와 동일한 스케치를 발견하게 되고, 곧 비망록의 주인이 장영실임을 밝혀내게 되는데. 역사에서 갑자기 사라진 조선 최고 과학자에 대한 미스터리에 상상력을 더했다. 전 캐스트 1인 2역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조선과 유럽을 오가며 관객에게 보여준다.

공연장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비주얼적으로 압도된다. 극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인 커다란 '한복'과 전통미가 살아있는 '자개' 풍으로 꾸며진 프리셋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우리의 전통미가 살아있으면서 올드하단 느낌 없이, 오히려 모던한 해석을 보여준다. 유럽풍 미감도 과하지 않게 적절히 섞인 무대 디자인에 시선을 사로잡히게 된다. 세트도 전체적으로 약간 사선으로 세팅돼, 입체적인 구도가 무대 연출적 재미를 준다. 특히 성 베드로 대성당 장면에선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올 수 있으니 주의가 요구될 정도.

작품은 지극히 한국적인 매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캐릭터부터 한국 사람이 사랑하는 위인 중 한 명인 '세종대왕'이 등장하는데다,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비상한 발명품이 소개될 때마다 K-자긍심이 고취될 수밖에 없다. 또 한국사람이라면 익숙한 고전적 멜로디가 넘버 중간중간 샘플링돼 익숙한 편안함을 주고, 한복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안무가 화려한 볼거리를 더한다.

소재는 한국적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 감정도 놓치지 않았다. 작품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이해관계나 정치에 휘둘리는 인재들의 모습이 이탈리아에서도 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는 현재와 과거를 오갈 때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과거에나 현재에나 오히려 진실이 외면되기도 하지만, 그런 인재를 알아주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도 똑같다. 장소와 시간이 바뀌어도 1인2역을 맡은 캐릭터들을 매개로 보편적 감정이 연결된다.

작품 초반엔 장난기 가득한 유머와 최신 밈도 트렌디하게 녹여냈다. '과학' '역사'라는 막연하게 어려울 것 같은 키워드지만 유머로 진입장벽을 낮춘 점도 매력적.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규형의 '세종'은 백성을 이롭게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슬픔, 인재 장영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등 절절한 감정을 관객에까지 전염시켰다. 맑고 건실한 청년을 그려내던 고은성은 후반에 성대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갈아 끼운 것처럼 한순간 깊어진 감성을 선보였다. 넘버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해 1인다역을 연기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2026년 3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