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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10곳 퇴짜, 결국 교회서 숨졌다...법도 외면한 외국인 노숙자들

머니투데이 이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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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10곳 퇴짜, 결국 교회서 숨졌다...법도 외면한 외국인 노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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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거리에 버려진 K드림 (下)

[편집자주] K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다가 병들고 다친 뒤 거리로 내물린 사람들이 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도, 현황을 파악한 통계도 없다. 민간이 떠안는 임시 처우에 의존하는 동안 길 위의 삶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한국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시점이다.



정부 지원은 '0원'…외국인 노숙인 민간에 떠넘겨진다

-외국인 대상' 예산 못 받는 노숙인 시설

경기 수원 팔달구 수원역 일대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모습. 수원역 일대에서 생활하는 내·외국인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무료 급식을 제공받는다. /사진=김서현 기자.

경기 수원 팔달구 수원역 일대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모습. 수원역 일대에서 생활하는 내·외국인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무료 급식을 제공받는다. /사진=김서현 기자.



노숙인으로 전락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절대적으로 민간에 의존하는 구조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외국인 노숙인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 등이 외국인 노숙인을 발견하면 지역 노숙인센터나 민간단체로 인계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0원'이다. 외국인을 떠안은 시설들은 재정적 한계에 처한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경기도 최대 규모 노숙인 지원 시설 '수원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는 경기도와 수원시로부터 내국인 대상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외국인 노숙인에게도 인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제공한다. 안재금 수원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장은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 외국인 노숙인을 센터로 인계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 대상 지원금은 없어 예산이 늘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외국인 노숙인을 대상으로 △응급상황 시 119 신고 및 치료 △무료 급식 제공 △거처 수배 △신원 및 체류 자격 확인 등을 지원한다. 지자체 지원이 내국인 대상인만큼, 임금이 제공되는 자활근로나 최대 60일까지 숙박이 가능한 임시보호소 등 지원에선 외국인이 배제된다. 외국인 노숙자는 응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시보호소가 아닌 인근 수원역 일대에서 생활한다.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의료비 부담이 크다. 안 센터장은 "내국인 노숙인 대상 지원금이 외국인 병원 치료비에 쓰이면서 부담이 발생한다"며 "일하러 한국에 왔다가 다치거나 병이 나서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역 일대 외국인 노숙인이 늘면서 예산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센터에서 13년째 근무 중인 오석진 팀장은 "예산이 부족해 종교단체 등에서 십시일반으로 후원해 외국인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 종교단체가 떠안은 외국인 노숙인…"대책 필요"

서울 구로구 중국동포교회는 외국인 노숙인 40여명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한다. 사진은 노숙인들의 짐이 놓여있는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서울 구로구 중국동포교회는 외국인 노숙인 40여명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한다. 사진은 노숙인들의 짐이 놓여있는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수도권에 위치한 A 노숙인센터 상황도 비슷하다. 지자체 지원금이 내국인 대상이라 외국인 노숙인에게는 필요한 경우에만 임시 보호를 제공한다. A 센터 관계자는 "경찰이 목숨이 위험하거나 아픈 외국인을 센터 쪽에 두고 간다.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는 있다"며 "지자체 예산을 쓸 수가 없어서 직원들이 밥 먹을 돈으로 외국인을 지원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종교단체가 외국인 노숙인 숙식 지원을 떠안기도 한다. 내국인에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노숙인센터가 제공하기 어려운 숙박용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국동포교회는 지병 등 이유로 실직하고 머물 곳이 없어진 외국인 40여명에게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소방과 경찰, 지자체에서 보내는 외국인 노숙인들을 보호한다. 후원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교회 구성원들이 목욕과 빨래 등 봉사에 참여하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외국인 노숙인이 교회에 떠넘겨진 뒤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9월 중국동포 여성 전정옥씨(78)가 시설과 병원을 떠돌다 교회로 보내졌다. 교회 측은 "왜 우리에게 넘기냐고 말했더니 '서울 노숙인센터에서도 한국인 노숙인만 받아야 해서 그렇다'라며 난처해 하더라"고 했다. 소방관이 병원 10곳을 돌며 받아줄 곳을 찾았지만 모두 막혔다. 결국 다시 교회로 돌아온 전씨는 교회 2층에서 쓰러져 숨졌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중국동포 남성도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채 1층 바닥에 누워 있다 숨졌다. 이들은 모두 목사가 무연고 행려사망자로 신고해 공영장례를 치렀다. 교회 측은 "불법체류자라 시설이나 병원이 받아주지 않는 현실을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인도주의적인 판단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준모 전국노숙인시설협회장은 "지자체에서도 외국인 노숙인 문제는 민간단체에 도와주라는 식으로 떠넘기는 상황"이라며 "현재 노숙인 관련 법령이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외국인 대상 지원은커녕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호도 퇴거도 못한다…거리에 방치된 외국인 노숙인

-관리 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노숙인

지난달 25일 수원역 일대에 노숙인들이 묵는 텐트가 놓인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지난달 25일 수원역 일대에 노숙인들이 묵는 텐트가 놓인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외국인 노숙인은 계속 늘지만 이들을 관리할 제도는 없다. 거리에서 발견돼도 장기 보호가 불가능하고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는다. 법적 근거가 없어 쉼터 입소도 제한되면서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외국인 노숙인을 관리하지 못하면서 치안과 위생 문제 발생 우려가 커진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노숙인에게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한 경찰관은 "중국 동포 같은 외국인 노숙자가 시내를 활보하지만 한국인이 아니라 보호시설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대소변, 담배꽁초 투기 민원이 반복되지만 마땅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관내에 중국인 밀집 지역이 있는 구로경찰서는 외국인 노숙인을 발견하면 중국동포교회와 같은 민간이 운영하는 쉼터로 안내하고 있다. 구로서 관계자는 "입소를 했다가도 거부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보내려고 해도 안 가려고 하기도 한다"며 "쉼터에서 얼마나 지냈는지 정착을 했는지 나와버렸는지 따로 알아볼 수 없고 그런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외국인 노숙인이 방치되는 이유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노숙인복지법에 외국인은 대상자로 명시돼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숙자 지원은 국민만 대상이고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통계도 집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관련 법령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 체계나 통계를 산출하지 않고 있다.

거리에서 외국인 노숙인이 발견되면 하루 정도 임시 보호한 뒤 현장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노숙인은 1만2725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노숙인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입법 추진됐지만 불발…헌법상 '국민'만 지원 가능 해석

2025년 2월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서울역희망지원센터를 찾은 노숙인들이 몸을 녹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2025년 2월6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서울역희망지원센터를 찾은 노숙인들이 몸을 녹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외국인 노숙인 지원을 위한 입법이 추진되기도 했다. 2013년 12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 노숙인이 우리 국민과 동일하게 시설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숙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외국인 노숙인을 방치하면 사회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법적 보호 대상으로 편입하자는 취지였다. 복지부, 서울시,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는 모두 '수용 곤란' 의견을 냈고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당시 복지부는 "외국 국적 노숙인은 본국 송환이 바람직하다"며 "노숙인 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돼야 하나 외국인 노숙자는 수급권이 없어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자활지원과는 "현행 헌법상 사회복지 및 보장과 관련된 사회권적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헌법에 상충된다"고 밝혔다.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는 "외국인 노숙자 사례관리를 위해 필요한 외국인 전문인력이 전무해 실질적인 지원이 불가하므로 수용이 어렵다"며 "법적으로 국내 거주 불가 외국인에 대한 보호시설이 2개소(화성외국인보호소, 청주외국인보호소) 운영 중"이라고 했다. 외국인보호소는 난민 신청 불발, 비자 만료 강제출국 집행 전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일시 보호하는 기관이다.

◆ 정부 지원, 통계조차 없다…"'주민' 개념으로 접근해야"

외국인 노숙인 제도적 공백 관련 전문가 의견. /그래픽=윤선정 기자.

외국인 노숙인 제도적 공백 관련 전문가 의견. /그래픽=윤선정 기자.



전문가들은 퇴거와 보호 사이에 놓인 외국인 노숙인에 대한 제도적 공백 해소를 강조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숙인도 거주 지역의 '주민' 개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노숙인은 국적과 무관하게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입법이 어렵다면 서울시 같은 지자체가 조례로 대상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교수는 "반이민 정서가 강해져 과거보다 논의 조건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외국인 지원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외국인을 주민으로 보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체류 외국인을 주민으로 보는 관점이 적용된다면 같은 틀을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권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복지 제공 논의는 가능하다고 봤다. 설 교수는 "일본에서는 외국인 노숙인이 오래된 현상이며 한국도 같은 흐름에 있다"며 "노숙인복지법과 동일한 수준을 어디까지 적용할지, 비용 부담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외국인 노숙인을 난민·일시 방문자와 같은 체류 개념과 구분해 법 적용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련 단체들은 외국인 노숙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는 점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는 "외국인은 쉼터 입소마저 어려워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체류 관리 차원에서도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근로 3권을 외국인에게 적용한 사례가 있고 국민 표현만으로 사회보장 배제를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실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도 "노숙인복지법이 외국인을 배제하는 구조는 차별적"이라며 "기초생활수급 가능 외국인이라면 노숙인 시설 이용 역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모 전국노숙인시설협회장은 "장기 보호 지침이 없어 대부분 단발 지원에 그친다"며 "정신질환, 귀국비 부족 등 유형이 다양하지만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인권이사국인 한국이 외국인 노숙인을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서현 기자 ssn3592@mt.co.kr 최문혁 기자 cmh62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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