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창업자 지분 약 583만주, 350억원에 확보
지난 10월 임시주주총회서 '부동산 개발업' 추가
영원무역이 '스캇'의 지분을 확대하고 부동산 개발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글로벌 아웃도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 영원무역이 자전거 회사 '스캇(SCOTT)' 지분을 대거 확보하며 사업 주도권을 강화했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업을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스캇의 실적 부진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혼용률 오기재 논란이 발생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에 따라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기업인 스캇의 창업주이자 2대 주주인 비아트 자우그(Beat Zaugg)가 보유한 약 583만7500주(약 47%)의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영원무역은 지난달 관련 내용을 공시하며 "결정된 취득주식 가치 산정은 기준일인 지난 2월 6일을 기준으로, 당사자들이 합의한 절차에 따라 산정된 주식 583만7500주의 가액은 약 350억원(스위스 프랑으로 산정, 11월 18일 기준 환율 적용)"이라고 적었다.
다만 추가 중재 절차가 남아있다. 영원무역 측은 "중재 판정부가 당사자들에게 명한 바에 따라, 산출가액의 75%인 262억원을 비아트 자우그에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25%는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것을 대가로, 비아트 자우그 보유 주식 전체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절차가 완료되면 영원무역은 스캇 지분 약 97%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영원무역은 지난 2013년 스캇의 지분 20%를 인수한 데 이어 2015년 30.01%를 추가 취득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투입한 자금만 1500억원 이상이다.
이 같은 과감한 지분 확대 배경에는 스캇의 부진을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 시키겠다는 영원무역의 의지가 깔려있다. 스캇은 코로나19 기간 자전거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0년 매출 1조500억원, 2021년 1조535억원, 2022년 1조3975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수익성 악화가 시작됐다. 2023년 매출은 1조2424억원이며 지난해 9537억원까지 하락했다. 2022년 영업이익은 1765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당기순손실 2106억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를 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매출 8565억원, 영업손실 748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현재 스캇의 매출 비중은 영원무역 전체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어 전반적인 타격은 불가피한 상태다.
영원무역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에 따라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기업인 스캇의 창업주이자 2대 주주인 비아트 자우그가 보유한 약 583만7500주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다. /영원무역 |
영원무역이 스캇 지분을 확보하면 의사결정 속도와 사업 구조 개선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전거 시장의 수요 회복 속도 불투명성과 5000억원 이상의 재고 부담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향후 전략에 대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개발 및 SKU(Stock Keeping Unit) 합리화를 통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의 독보적인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원무역은 부동산 개발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성래은 부회장의 '부동산 개발업 추가' 안건을 가결했다.
해당 안건은 이사회가 계열사 영원아웃도어와 서울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건물을 공동 개발·운영하기로 의결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앞서 영원무역은 기존에도 사옥·물류센터 등 자산을 계열사에 임대해 임대료 수익을 확보해왔으나 개발 사업으로 전환해 높은 수익률 실현을 노리고 있다.
이는 영원무역이 단순 임대에서 벗어나 개발·운영 수익으로 극대화하고 OEM 중심의 주력 사업에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로운 돌파구 모색은 본업인 의류와 자전거 침체와 맞물려 있다. 영원무역의 지난해 매출은 3조5178억원, 영업이익은 315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 50.5% 줄었다.
업계에서는 영원무역의 부동산 개발 시도가 단순한 자산 운용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본업 경쟁력 회복 없이 이뤄진 '부동산 개발'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정관변경은 보유 부동산 활용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계열사 영원아웃도어가 운영하는 노스페이스 혼용률 오기재가 논란이 됐다. 최근 일부 패딩 제품에서 충전재 혼용률 표기 오류가 확인되며 현재까지 13개 제품이 문제 대상에 포함됐다. 노스페이스 측은 "투명하게 내용을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패션업계 최대 성수기인 겨울 시즌을 앞두고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영원무역이 스캇 정상화를 이뤄낸다면 전체 포트폴리오 안정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자전거와 부동산 개발이 단기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실질적 사업 재편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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