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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랫폼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네이버 쇼핑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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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플랫폼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네이버 쇼핑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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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네이버 쇼핑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내면서 우리 플랫폼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숙제를 안겨줬다. 플랫폼 사업자는 경쟁자의 상품을 자기 것과 동등하게 취급할 의무가 없고 알고리즘의 조정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므로 그 경쟁제한성 판단을 엄밀하게 다시 살펴보라고 했다. 이는 단순히 네이버 소송의 승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글로벌 빅테크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과제이다. 고등법원이 이 숙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독과점적 플랫폼의 고삐는 풀리고 혁신적 플랫폼의 성장은 가로막힐 것이다. 그 해결을 돕고자 몇가지 제안해본다.

첫째, 플랫폼 경쟁은 단체전임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개별 시장에서 독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생태계를 형성해 연관 시장에서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법원은 소위 포스코 판결의 법리를 토대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그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이 10여년 전 철강산업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서, 플랫폼 산업의 발전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플랫폼 산업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양상의 경쟁제한성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과제는 고등법원에 맡겨졌다.

둘째, 플랫폼 경쟁에서 핵심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해야 한다. 검색, SNS, 운영체제 등 다른 시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는 핵심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들은 연관 시장의 경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온라인 비교쇼핑서비스 시장의 지배력을 이용해 오픈마켓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문제 된 시장이 핵심시장인지를 검토하지 않고 경쟁제한성 여부를 논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행위자가 핵심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알고리즘 조정의 경쟁제한성 판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알고리즘 변경 중 일부만 골라 경쟁제한적 의도를 인정함으로써 사업자의 의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법원의 원래 취지와 달리 경쟁제한적 알고리즘을 중립적 알고리즘으로 에워싸 경쟁제한적 의도를 은폐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따라서 고등법원은 경쟁제한적 알고리즘의 비율이 낮다고 경쟁제한적 의도가 부정되지 않음을 밝히고, 알고리즘 조정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한 정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네이버 소송의 승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플랫폼 경쟁의 실상을 반영한 법리를 정립하는 것이다. 이에 실패하면 향후 치열한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혁신적인 토종 플랫폼을 독과점적 플랫폼으로부터 지켜낼 수 없다. 특히 법원은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부터 우리 플랫폼 산업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이다. 법원이 공정하고 타당한 플랫폼 법리를 정립할 수 있도록 공정위도 도와야 한다.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정책을 고도화하고, 그 결과를 널리 공유하며, 관련 법령·지침 등을 신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전 산업의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위성 네트워크 등의 발달로 우리 일상생활이 플랫폼 위로 올라가고 있다. 플랫폼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는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익을 극대화할 최선의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기종 숙명여대 법대 교수

이기종 숙명여대 법대 교수

이기종 숙명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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