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블룸버그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 대표는 1991년생으로, 가상자산 스타트업 테라폼랩스를 창업했다가 대규모 코인 폭락 사태를 야기한 인물이다. 권 대표는 한때 ‘한국판 머스크’로까지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무려 ‘59조원’의 피해가 발생한 최악의 가상화폐 사태를 일으키며, 징역형을 면치 못하게 됐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씨의 형량을 이처럼 결정했다.
특히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 사건을 “규모 면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고 칭하며 약 1시간에 걸쳐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많은 이유로 인해 이번 사건은 매우 도전적이었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내 설명이 좀 길어질 수 있다”라고 예고한 그는 “징역 15년형을 선고한다”라는 주문에 도달하기까지 결정 배경을 설명하는 데 1시간 넘는 시간을 썼다.
지난해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테라폼랩스 창업자 권도형이 문서 위조 혐의로 복역한 후 경찰관들이 그를 이송하고 있다. [로이터] |
앞서 미 연방검찰은 지난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이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권씨는 작년 말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으며, 자금세탁 공모 혐의가 추가됐다.
이들 9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었다.
권씨는 미국으로 신병 인도 직후 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으나, 지난 8월 돌연 입장을 바꿔 사기 공모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 등 2개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권씨 형사재판은 유무죄 심리 절차 없이 곧바로 형량 선고 절차로 넘어간 상태였다.
미 검찰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 합의에 따라 권씨에게 최대 12년 형을 구형했고, 권씨 변호인은 몬테네그로에서의 구금 생활과 한국에도 추가 형사 기소에 직면한 점을 고려해 형량이 5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해왔다. 결국 구형량보다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검찰은 실형 구형과 별개로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를 상대로 1900만 달러(약 279억원)와 그 외 다른 일부 재산을 환수하기로 했다.
권도형 씨 모습[위키피디아] |
한편, 권 대표는 한국에서 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를 거쳐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루나와 테라 코인은 한때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며 급격하게 불어났다. 덩달아 30대의 권 대표도 유명인사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면서 ‘희대의 암호화폐 사기 사건’을 일으킨 인물로 기록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