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도 고양 소노캄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이재명 정부가 열의를 보이는 ‘한반도 정책’의 성패를 가를 내년 이후 대북 접근법을 둘러싸고 정부 내 그리고 한-미 간 이견이 거듭 노출되고 있다. 현재 핵심 쟁점은 두 나라가 내년 봄 연합연습을 예정대로 실시할지와 ‘대북정책 조율 고위급 협의’를 시작할지 여부다. 이 대통령은 어떤 선택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는지 신속하고 명확히 입장을 정해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남북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이른바 ‘자주파’와 미국과 정책 협조에 무게를 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이른바 ‘동맹파’ 사이의 의견 대립이 이어져왔다. 최근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은 내년 봄 한-미 연합연습 실시에 대한 이견이 공개되면서였다. 위 실장은 지난 8일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기자회견에서 2026년 새해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추진해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면서도 “연합훈련을 직접 카드로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10일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한반도의 봄을 불러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훈련은 한반도 평화 달성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위 실장은 12일 연합훈련은 “양국 간 대비 태세 차원”에서도 “전시 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11일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까지 나서 “그들은 때때로 (한·미가) 함께 훈련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며 위 실장을 두둔했다.
첨예한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은 외교부와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 접근을 크게 제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워킹그룹’을 연상케 하는 한-미 간 ‘정례 협의’를 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정 장관은 10일 “한반도 정책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며 외교부가 주도하는 협의엔 참가하지 않겠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의 중요 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논쟁은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이미 적절한 선을 한참 넘은 것처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4월로 직접 예고한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남북 대화는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날 수 있다.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히 정부 내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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