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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다음은 역노화…한국에 승산 있죠"

매일경제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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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다음은 역노화…한국에 승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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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윤 원장

권석윤 원장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넘어서는 블록버스터는 노화를 거스르고 신체를 젊게 되돌려주는 '역노화치료제'가 될 겁니다. 세계 최고 의료와 탄탄한 제약바이오 기반을 갖춘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어요. 지금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1순위 전략연구입니다."

권석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면 노화 역시 모든 질환의 시작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화는 생명체가 시간이 흐르며 생존과 생식력에 필요한 생리적 기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이다. DNA 손상이 누적되거나 암 유발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등 이유로 세포가 증식을 멈춰가는 세포 노화가 누적돼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암과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리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며 사망률도 올라간다.

생명연은 지난 9월 기존 노화융합연구단을 확대해 '노화연구소'를 신설했다. 생명연은 노화 조절 유전자·단백질을 찾거나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등 연구 역량을 쌓아왔다. 노화연구소는 노화 진단과 치료, 노화 지연까지 3대 축을 중심으로 하는 전 주기 연구체계다. 노화 바이오마커 기반 분자진단, 면역 노화 제어, 대사질환 맞춤형 신약 기술 개발 등과 같은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권 원장은 항체약물복합체(ADC)에도 주목하고 있다. ADC는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와 치료 효과가 있는 화학 약물을 결합해 특정 세포에만 작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권 원장은 생명연이 ADC를 통해 여러 바이오 혁신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연의 '나노바디' 기술이 대표적이다. 나노바디는 일반 항체보다 크기가 약 10배 작아 몸속 깊은 곳까지 잘 침투하며, 타깃에만 달라붙는 정밀함도 매우 뛰어나다. 권 원장은 "생명연이 가진 항체 라이브러리도 매우 방대하다. 주요 질병에 대한 항체를 찾아 ADC 기반의 치료제를 만드는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2029년을 목표로 공공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 중이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유전자를 편집해 기존 생명체의 기능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새 생물 체계를 합성하는 기술인 '합성생물학'에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바이오산업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플랫폼이다. 바이오 연구개발에 요구되는 반복 노동 업무를 자동화해 기존 기술로 불가능한 규모의 연구개발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권 원장은 'K바이오 파운데이션'을 구상 중이다. 그는 "바이오파운드리를 통해 유효한 역노화치료제를 탄생시키고,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서 이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제조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역노화치료제를 탄생시키려면 노화의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가 중요하고 생명연이 이 역할도 맡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지난 3월 취임했다.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식물학 석사, 생물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1년부터 생명연에서 근무해 부원장, 융합생물소재연구부장, 기술사업화센터장,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권 원장은 "바이오 연구 분야에서 한국 경쟁력은 세계 12위 정도"라며 "생명연을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만들어 국내 바이오 연구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DNA 메틸화 시계

각각의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스위치.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세포의 실제 나이(후성유전학적 나이)를 추정한다. 질병과 노화, 조직 발달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며, 1~3년 오차범위 내에서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대전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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