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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지키려 킥보드 막은 엄마 ‘기억상실’…“킥라니 퇴출” 안전대책 강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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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지키려 킥보드 막은 엄마 ‘기억상실’…“킥라니 퇴출” 안전대책 강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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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하던 전동 킥보드로부터 어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진 30대 여성이 간신히 의식을 회복했지만 기억상실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사고가 속출하며 안전대책 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지난 10월 인천 연수구 인도에서 모녀를 향해 돌진하는 전동 킥보드. 인천연수경찰서 제공

지난 10월 인천 연수구 인도에서 모녀를 향해 돌진하는 전동 킥보드. 인천연수경찰서 제공


◆킥보드 사고에 뇌 손상됐지만 보상은?

14일 KBS에 따르면 지난 10월 18일 인천 연수구에서 두 살배기 딸과 함께 인도를 걷다가 킥보드에 치인 30대 여성 A씨가 사고 엿새 만에 극적으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기억을 잃었다.

남편 B씨는 “(아내의) 뇌가 손상돼서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기억상실이라고 해야 할지, 아이들에 대한 감정조차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B씨는 “아이들이 밤마다 발작하면서 울고 공격적인 성향까지 보인다”며 “엄마가 없어서 그런 건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중학생 2명이 무면허로 탄 전동 킥보드가 인도에서 고속으로 돌진하자 A씨가 딸을 감싸 안았다. 결국 딸은 무사했지만 A씨는 머리를 바닥에 강하게 부딪혀 다발성 두개골 골절로 중태에 빠졌다.


사고를 낸 중학생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B씨는 “한 달에 거의 수천만 원씩 비용이 들어가는데, 상대는 무면허·무보험에 미성년자라 아무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현행법상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에도 책임을 물었다. 경찰은 면허를 확인하지 않고 중학생에게 킥보드를 대여해 무면허 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최근 대여 업체 책임자를 불구속 입건하고, 행위자와 함께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해당 업체도 함께 입건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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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출발했지만 사고 급증

수년 전 PM이 도입될 때만 해도 도심 교통난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보조 수단이자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이동장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들 장치가 우후죽순처럼 도로에 쏟아지면서 사고 역시 급증하고 있어 갑자기 도로에서 튀어나오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면허 이상을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속과 관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PM 사고는 2020년 897건에서 지난해 2232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PM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0명에서 23명으로, 부상자는 985명에서 2486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PM 관련 법을 마련해 주행속도를 낮추는 등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정일영·복기왕·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연 ‘PM 기본법 제정과 시민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PM 주행속도 제한 등 방안이 제시됐다. 현행 국내 PM 제한 속도는 시속 25㎞이지만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시속 20㎞로 제한하고 있다.

별도의 번호판 도입 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문창완 경찰청 교통기획과 경감은 “PM 수가 많기도 하지만 사람이 다칠 우려가 있어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PM에 번호판을 부착하면) PM을 타는 사람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책임감이 생길 수 있고 보험제도 적용을 받을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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