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 직무대행 체제 1년째… 경찰 공과는
“조직 일체감 회복하는 통합 리더십 기대”
“조직 일체감 회복하는 통합 리더십 기대”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를 받으며 긴급 체포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지 1년을 맞았다. 차장이 청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 청장 파면 여부를 가를 헌법재판소 결정도 임박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 재정비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장 직무대행 체제 1년째… 경찰 공과는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으로 같은 달 11일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던 도중 긴급 체포됐다. 이튿날인 12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직무도 즉각 중단됐다. 탄핵소추로 인해 현직 경찰청장이 자리를 비우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그러나 경찰 수장이 자리를 비웠어도 경찰 조직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찰청 차장이 청장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 안정화에 나섰고, 계엄 사태 이후 꾸려진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조 청장 등 경찰 수뇌부를 긴급 체포하는 등 독립성을 견지하며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쳤다.
특히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내란죄 수사를 맡았던 특수단은 출범 후 7개월간 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 등과 함께 공조 체제를 구성하고 국회·군·경찰·경호처·대통령실 등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고, 내란 관련자 총 111명을 입건해 이 중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피의자 85명에 대해서는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에 넘겼다. 특수단은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직이던 상황에서 공수처와 함께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계엄 선포 43일 만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당일 저녁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문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용경 기자 |
물론 이 같은 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경찰은 내란 사태와 관련해 철저한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국회 출입 차단을 지휘하거나 국회의원 체포조 운영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상당수의 경찰이 수사를 받았으며 일부는 직위가 해제됐다. 경찰 지휘부 중에는 조 청장과 김 전 청장 외에도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이 기소돼 형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계엄 당시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경찰을 투입해 출입을 통제한 혐의로 내란 특검 수사를 받는 김준영 전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최근 직위가 해제됐다.
이에 경찰은 내란 사태 당시 반헌법적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표명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당시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한 것을 두고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직접 사과했다. 특히 유 직무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위헌·위법한 행위에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며 “다시는 개별 지휘관의 위법·부당한 지시가 현장에 여과 없이 전달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경찰 활동 전반에 시민에 의한 통제장치를 촘촘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직 일체감 회복하는 통합 리더십 기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이용경 기자 |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과 경찰을 둘러싼 권력구조 및 제도 개편 국면에서 경찰청장의 부재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현상 유지에 방점을 둔 직무대행 체제만으로는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데 수월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 고위 간부의 승진 및 보직 인사 지연도 마찬가지다.
한 경찰 간부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계엄 이후 두 명의 직무대행을 비롯해 본청 국·과장 등 구성원이 모두 계엄 국면 속 난관을 잘 헤쳐 나갔다”면서도 “청문회를 통과해 임기 2년이 보장된 경찰청장의 의지와 그립을 고려하면 인사나 주요 정책 추진에 있어 (직무대행 체제에) 다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차기 경찰청장 체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속속 생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선고 일시를 공지하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지난달 10일 변론이 종결된 만큼 이르면 올해 안에 조 청장에 대한 파면 여부를 결론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계엄 사태 이후에도 12·29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등 대형 참사와 제21대 대통령 선거, 캄보디아 한인 납치·감금 피해 사태, 경주 APEC 개최 등 주요 사안마다 경찰의 역할이 컸던 만큼 조직의 일체감을 회복시킬 새 리더십을 향한 기대가 많았다. 한 경찰관은 “새 청장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향후 조직 운영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며 “우선 정책적으로 새로운 걸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그간 업무적 피로도가 쌓인 경찰 내부를 다독일 수 있는 조직의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