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왜, 어디서 무너졌나"… 경찰,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전방위 수사 속도

한국일보
원문보기

"왜, 어디서 무너졌나"… 경찰,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전방위 수사 속도

서울맑음 / -3.9 °
구조 계산 오류·시공 적정성 조사
거더·트러스 제작 공장 검수 여부
市 특정 공법 선정 과정 살펴볼 듯
수사관 62명 전담팀 구성 투입


지난 1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 주변에서 구조 작업에 투입된 크레인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트러스를 고정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 주변에서 구조 작업에 투입된 크레인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트러스를 고정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가 발주한 광주대표도서관(지하 2층·지상 2층)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구조물 붕괴 사고 사망자(4명) 수습이 끝나자마자 경찰이 전방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이 단순 시공 과실을 넘어 건축 구조 설계와 구조물 뼈대를 이루는 부재(部材)의 제작·검수, 감리, 발주·계약 등 전 과정을 샅샅이 훑을 태세여서 광주시 공공 건축 사업이 총체적 부실 덩어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14일 "전날(13일) 시공사와 감리사 등 6개 공사 관련 업체 8곳을 압수 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붕괴의 직접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설계와 시공 관련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공사 발주·계약·감리 문제 등 사업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관 62명으로 전담팀을 꾸린 터라 향후 수사가 파상 공세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사의 출발점은 건축 구조 계산 오류 여부다. 경찰은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거더(girder·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와 트러스(철제 구조물) 설계 과정에서 하중 산정과 구조 계산이 적정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구조 계산과 구조 계산 도면 작성이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졌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PC 거더 연결부 시공 불량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PC 거더 공법은 공장에서 제작한 부재를 공사 현장으로 옮겨 철근과 볼트 결속 등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광주시는 공사비 절감 등을 이유로 '장(長) 스팬(경간·徑間) 지지 PC 거더' 공법을 특정해 이 사업 설계 용역에 적용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법 자체의 결함보다는 철골 기둥과 거더의 접합부 철근 결속 누락이나 설계 미흡, 시공 오차로 인한 응력 집중 등으로 인해 콘크리트 타설 중 구조물이 무너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감리 역할도 수사 대상이다. 감리가 PC 거더나 트러스 제작 과정에서 규정대로 검수했는지가 핵심이다. PC 거더와 트러스는 현장에서 조립되기 이전에 제작 공장에서 용접과 접합이 이뤄진다. 경찰은 감리가 단순히 서류와 도면만 확인했는지, 실제 제작 공장을 방문해 용접 상태와 제작 공정을 직접 검수했는지, 현장 반입 단계에서 안전장치가 작동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감리의 현장·공장 검수는 선택이 아니라 안전 확보를 위한 핵심 절차라는 점에서, 부실이 확인되면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광주시의 공사 발주와 계약 과정 역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광주시는 2021년 10월 PC 거더 특정 공법 제안 재공고(3차)를 통해 PC 거더 적용 범위를 기존 지상 1층에서 지상 1층과 지붕층까지 확대했다. 경찰은 광주시가 특정 공법을 도입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게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닌지, 공법 선정 및 계약 과정에서 광주시와 업체 간 유착이나 부당 행위가 없었는지를 파헤칠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고 원인 규명 쪽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압수 수색을 통해 수사의 동력을 확보한 만큼 향후 수사는 '부실 시공·감리 여부→ 특정 공법 선정 투명성→ 광주시 관리·감독 의무 소홀 여부'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